한국인 김정한 박사

 올해로 설립10년을 맞이한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MSR)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의 두뇌집단이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600여명의 연구인력이 소프트웨어 개발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 김정한 박사(39)다. 김정한 박사는 MSR 핵심 중의 핵심인 ‘이론(theory) 본부’ 소속으로 이 곳은 8명의 석학들이 수학·물리학 등 기초 학문 영역을 자유롭게 연구하고 있다.

 김정한 박사가 연구하는 분야는 이론 전산학.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인 이론전산학은 한 마디로 컴퓨터가 풀 수 있는 영역과 풀 수 없는 영역을 구분하여 증명하는 것이다.

 “이론전산학자는 프로그래머에게 프로그램을 만들 때 부딪힐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미리 제시합니다. 마치 나침반 같은 역할이죠. 이론전산학자의 지침대로 프로그래밍을 하면 풀 수 없는 문제와 씨름하다가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줍니다.”

 김정한 박사는 램지넘버(R3.t) 이론에 대한 논문으로 3년마다 한번씩 미국 최고의 이론전산학 논문에 수여하는 풀코스 상을 받았다. 램지넘버 이론은 다수의 개체로 이뤄진 집단에는 반드시 같은 성질을 가진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는 것. 램지넘버 이론은 ERP나 CRM 등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설계 단계에서 적용된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초 학문의 연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실마리를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마케팅 능력만 뛰어난 회사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입니다. 기술은 사람에게 효용성을 줄 수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 그것을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정한 박사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으로 ‘튼튼한 기초과학’을 꼽았다. 기초과학의 토대가 없는 응용 과학은 모래성과 같다는 단순한 명제를 재확인시켜 주는 말이다. 그는 또 “한국은 지나치게 응용 분야에 기술투자가 몰려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초과학 분야로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드몬드=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