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뿜는 전자무역전쟁>(4)인터뷰-김칠두 무역투자실장

 

 ―전통적으로 무역에 수반되는 금융·결제·수송 등 제반 중개업무는 구미업계가 중심이 되어 왔다. 선진국들이 무역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무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e트레이드망이 과연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가.

 ▲현실적 여건으로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들은 국제무역과 관련한 각종 제도와 환경을 장악하고 있다. 전자무역에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도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동아시아 국가끼리만이라도 전자서류·전자결제·전자물류망을 통합하면 구미국들도 동아시아와의 거래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동아시아는 지구촌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전자무역 인프라가 세계 전자무역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볼레로·아이덴트러스·트레이드카드 등에서 보듯 선진국에서는 국가보다 실제 무역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이 전자무역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동아시아 전자무역망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식이 아닌가.

 ▲구미 선진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환경은 다르다. 구미는 민간이 스스로 제도와 환경을 가꾸고 실제 업무도 주도해왔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민간에 앞서 돈을 투자해 무역환경을 구축해왔다. 민간에서 국가 기간 인프라에 투자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인프라를 전자무역환경으로 바꾸는 작업도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만, 이제는 실행단계에서 과감하게 민간에 개방해 민관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전자무역망과 볼레로·아이덴트러스·트레이드카드와의 상관관계는. 

 ▲한마디로 서로 동반자이자 경쟁자라고 볼 수 있다. 전자무역에 필요한 전자서류의 표준화나 제도·환경 등에서는 모두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누가 이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전자무역환경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전자결제나 인증과 관련해서는 동아시아 전자무역망은 이들과 동반자적 관계다. 동아시아 전자무역 서류망을 통해 이들의 전자결제나 전자인증이 이뤄지도록 제휴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물류는 어떻게 되나.

 ▲국내에도 전자물류망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자물류망은 국내쪽에 치우쳐 있어 국제적인 인프라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 국내 전자물류망과 국제적인 해외물류망과의 제휴가 필요하다. 동아시아 전자무역망의 한국 중추(허브)가 될 KTNET을 통해 국내외간에 긴밀하게 연계시킬 계획이다.

 ―중국을 주축으로 하는 동북아 경제권의 부상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동북아 경제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은 어떠하리라 보는가.

 ▲한국이 동북아 경제권의 주역인 중국과 일본을 연결시키는 가교가 될 것이다. 우선 전자무역에서 한국-일본, 한국-중국간에 이미 협력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영종도 신공항 등 물류측면에서도 이 지역 중심지로 발돋움할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전자무역시대에는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