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스케치>하이닉스 회생방안 공방 치열

 ○…국정감사 첫째날인 10일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예상대로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나노기술(NT)과 생명공학기술(BT)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의원들은 두 산업이 향후 국가의 존망을 가름할 전략적인 산업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규모 예산투자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인 점을 감안, 치밀한 기획과 투명한 과제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진재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6월 발표된 과기부의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이 불과 4개월 만에 수립돼 너무 졸속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국가적 사업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수립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비슷한 시기에 산업자원부도 나노기술발전계획을 발표,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다며 두 부처의 공조를 촉구했다.

 생명공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의지는 좋지만 투자가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는 의원들이 지적도 있었다. 곽치영 의원(민주당)은 현재 국책 BT분야 과제의 80% 이상이 대량투자와 긴 연구기간이 필요한 유전체학에 집중됐다며 앞으로는 프로테오믹스나 바이오인포매틱스 등 실질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부문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T분야 투자의 효율성 문제도 지적됐다. 허운나 의원(민주당)은 94년 이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BT분야에 투자됐지만 이 분야의 특허출원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투자대비 성과가 너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 의원은 현재 BT산업을 육성할 구심점이 없다며 이를 코디네이션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과제 성과물의 기업화 등 연구성과의 확산부진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박상희 의원(민주당)은 특정연구개발사업의 기업화 실적 부진 이유와 기초·원천기술개발자와 산업체의 연계체제 구축에 대한 견해와 대책을 캐물었다. 강재섭 의원(한나라당)의 경우 기술개발의 성과확산을 위해서는 과제선정시 성과확산 계획의 구체성과 타당성에 높은 평점을 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의견도 제기했다. 정동영 의원(민주당)도 성과확산을 위해서는 관리전담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관리가 미흡하고 과제관리가 부실해 과학기술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윤영탁 한나라당 의원), 해외 고급두뇌와 기술 아웃소싱에 대한 전략 및 실천방안 마련 촉구(이상희 한나라당 의원), 과학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복지정책 대책마련(김희선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10일 시작된 재경위 국감은 하이닉스반도체 사태에 초점이 집중됐다. 여야 할것 없이 많은 의원들이 국가경제를 어렵게 만든 하이닉스사태의 원인과 정부의 처방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재경위 소속 강운태 의원(민주당)은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보다 경쟁력이 있어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정부측 입장은 어떤지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강동욱 의원(한나라당)은 “하이닉스반도체는 DJ정권의 실패한 빅딜정책 표본”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학송 의원(한나라당)은 하이닉스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반덤핑 국내법 제소와 보조금 규정 위반 WTO 제소 등의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하이닉스는 계속 국내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는 이 시점에서 하이닉스 지원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 결정할 사안이며 정부가 관여할 입장이 못된다”고 답변했다.

 ○…산자위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를 둘러싼 쟁점공방과 함께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과 벤처육성정책 등에 감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안영근 의원(한나라당)은 정부의 부당지원 의혹을 강하게 추궁했다. 안 의원은 “수출보험공사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지원한 것은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관련문건을 공개. 이에 대해 장재식 산자부 장관은 “수출보험공사에 지원을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호일 의원(한나라당)은 부품산업은 통상마찰을 피할 수 있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지원이 너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내 주요 전략수출제품에 있어서도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가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며 “PC 50%, 휴대폰 및 디지털카메라 55%, DVD 70%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 제품이 과연 주요 수출전략제품으로서의 부가가치나 대표성이 있는지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산자부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자본재 5개년계획과 수입대체 및 수출 가능 부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부품산업의 중요성이나 통상마찰을 비껴갈 수 있는 주요 수출품목인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규모나 과제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형규 의원(한나라당)은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생색내기용이라고 주장했다. 맹 의원은 중기청이 밝히는 벤처기업수는 지난해 6월말 현재 9923개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신기술 분야는 1896개인 2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맹 의원은 심지어 건설운수업, 도소매업은 물론 업종불명의 업체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 의원은 또 벤처기업의 질적 내실화를 위해 벤처기업의 정의부터 개정해야 하고 정부의 벤처정책도 조용히 내실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