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펜티엄4’ 가격인하에 이어 램버스 D램이 아닌 SD램을 지원하는 ‘펜티엄4’용 칩세트 ‘i845’(코드명 브룩데일)를 11일 정식 출시함으로써 국내 PC 및 메모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i845 칩세트는 램버스를 지원하는 기존 i850 칩세트보다 10달러 이상 가격이 낮은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SD램을 사용할 수 있어 PC업체들은 기존 펜티엄4 PC에 비해 소비자가 기준으로 1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PC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국내 PC업체 관계자들은 “1∼2만원의 가격차이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이 바뀌는 상황에서 10만원의 가격인하 폭은 매우 큰 금액”이라며 “소비자의 기호가 예상보다 이른 시일 안에 i845 칩세트를 이용한 저가 펜티엄4 PC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은 “i845 칩세트는 PC수요를 부추겨 메모리의 재고처리와 함께 제한적으로 SD램의 가격반등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향후 메모리 시장이 램버스에서 DDR SD램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바람몰이에 나선 대형 PC업체들=인텔에 앞서 일부 PC업체들이 미리 제품을 발표할 정도로 i845 칩세트는 국내 PC업체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삼보컴퓨터는 이 제품을 채택한 펜티엄4 1.5㎓, 1.6㎓, 1.7㎓ PC 등 3가지 모델을 일제히 선보이면서 지난달 200만원을 호가했던 펜티엄4 1.5㎓ 제품의 경우, DVD롬 드라이브를 내장하고도 70만원 인하한 129만원(본체기준)에 내놓고 가격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845 칩세트를 채택한 6400∼7300시리즈 등 2가지 모델을 선보이면서 i850 칩세트를 적용한 펜티엄4 PC 후속제품은 선보이지 않을 계획이다. LGIBM은 이달부터 i845 칩세트를 사용한 저가형 펜티엄4 PC의 가격을 같은 클록 속도라도 30만원 가량 차이를 벌여 판매촉진에 나섰다.
◇메모리 시장의 판도변화=이번 i845 칩세트의 출시는 차세대 PC 주력 메모리가 램버스에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으로 재편됨을 예고하고 있다.
램버스 D램이 SD램보다 모듈 단위 가격이 3배 가량 높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칩세트의 미비로 ‘펜티엄4’의 주력 메모리로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SD램으로 탑재 메모리가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내년 초에는 인텔이 DDR SD램 칩세트를 출시해 이같은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한편, 내년 선보일 노트북용 ‘모바일 펜티엄4’와 서버용 ‘아이테니엄’에도 DDR를 지원하는 칩세트를 함께 출시할 예정이어서 시장판도는 DDR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변화는 침체된 메모리 시장에 활력소로 작용해 신규수요 창출과 가격반등이라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된 복병=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i845 칩세트가 478핀의 주기판을 주력으로 사용하도록 한데다 전원공급장치 및 케이스 등 추가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어 저가 조립PC를 원하는 대학생층을 대상으로 확산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펜티엄4’의 제대로 된 고성능을 원하는 마니아층은 램버스 D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여전히 메모리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텔이 지난 7일(미 현지시각) 그동안 펜티엄4 PC 확산에 일조(?)해온 대만 비아테크놀로지를 펜티엄4용 칩세트를 임의 제조·판매한 혐의로 제소한 것도 상당한 변수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i845 칩세트가 침체된 정보기술(IT)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출시와 맞물려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는 상당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