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귀여운 깡통로봇의 후추 뿌리기, 주인공 훈이와 가슴에 V자를 단 로보트 태권브이의 하나된 태권 공격….
마니아가 아니라도 20∼30대면 누구나 열광했을 추억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추억의 명작이 25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해 우리 곁에 다가온다.
그동안 숱한 리메이크 소문을 뿌린 로보트 태권브이는 애니메이션제작사 디지털드림스튜디오와 영화제작사 신씨네가 100억원을 투자, 공동제작해 21세기형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내년 겨울 개봉될 이 작품에는 사실적 동작을 그려낸 원작처럼 실제 인물의 모션캡처를 활용한 태권도 동작이 그대로 재현된다. 훈이·깡통로봇 철이 등 원작의 등장인물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전체 내용이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새롭게 재편성된다.
화려한 3D 애니메이션 기법이 채택되면서도 감정이입을 방지하고 생동감이 부족한 3D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셀애니메이션의 기법도 적절하게 섞이게 된다.
원작자이자 이번 작품 제작의 고문을 맡은 김청기 감독은 “인간애가 가미된 따뜻한 원작의 분위기가 느껴질 수 있도록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흐른 데다 새로운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포함해 내용이 다소 수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를 로봇에 접목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흑백TV 시절인 70년대 어린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75년 오리지널 작품에 이어 76년 ‘우주작전’, 77년 ‘수중특공대’, 78년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 82년 ‘슈퍼 태권브이’, 84년 ‘84 태권브이 ’등 여섯 편이 만들어지면서 태권브이의 명성을 이어왔다. 한때 태권브이가 거북선에 승선하는 아류작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99년에 그룹 ‘지누션’이 ‘태권브이’라는 노래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으며, 태권브이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 개 생겨나는 신드롬까지 일었다.
태권브이 주제가만 들어도 가슴이 찡한 386세대에겐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의 싯귀가 절로 생각날 만하다.
386세대는 20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재탄생한 태권브이가 미국의 ‘세서미 스트리트’처럼 부모와 아이가 공감대를 가질 만한 추억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DDS의 이정근 사장은 “어렸을 때 이태원 태평극장에서 태권브이를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며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