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견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동기준원가관리(ABC) 시스템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불황기에 정확한 원가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인 데다 기업 업무환경의 전면적인 개선을 요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간시스템에 비해 도입·운용이 쉽고 사업부문별 성과측정 등 활용 분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히 원가구조가 복잡한 서비스업종의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ABC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LCD·경희의료원·금강고려화학(KCC)·한국알콜산업·썬앳푸드(토니로마스 프랜차이즈) 등 중견기업들은 최근 수익성 개선과 성과측정·고객관계관리(CRM)·균형평가표(BSC)·전략적경영관리(SEM) 등 다각적인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 ABC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ABC시스템은 전통적인 단순통계 방식의 원가관리에서 탈피, 모든 업종의 기업을 막론하고 제품·공정·라인·사업부·고객·유통채널별로 직간접 원가 분석 및 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최종의사결정에까지 포괄적으로 응용할 수 있어 간접비 비중이 높고 원가산정이 어려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업계에도 확산될 조짐이다.
현재 경희의료원은 ABC 구축사업자로 티엠에스위드아이티비전(대표 박준호)을 선정, 연내 ABC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LG필립스LCD도 연내 ABC 도입을 추진 중이며, KCC·한국알콜산업·썬앳푸드 등 일부 중견기업들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티엠에스 이학헌 상무는 “정확한 원가관리를 위해서는 기업의 직간접비부문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과 개선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며 “ABC는 ERP 등 기간경영시스템에 비해 도입에 따른 부담이 적은 반면 원가관리와 수익성 개선 등 직접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 업계에서도 효용성을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티엠에스·ABC테크놀로지 등 솔루션 전문업체들은 물론 삼일회계법인·액센츄어 등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들도 최근 전담팀을 새로 구성하고 ABC 시장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90년대 중반 ABC가 첫선을 보인 뒤 그동안 대기업을 비롯해 동양제과·아시아나항공·오복식품·오리온프리토레이·서울대병원 등 50여곳에서 솔루션을 도입했거나 자체 개발해 사용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BC 도입 후 국내선 항공 점유율 5% 상승과 적자노선 정리 등의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