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카펠라(A Capella)’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세련되지 않으면 안되는 장르다. 인공의 소리가 배제된다는 측면에서는 원초적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세련되지 않으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게 바로 이 장르가 가진 속성이다. 보통 ‘아 카펠라’하면 ‘보이즈 투 멘’같은 R&B 그룹이 가끔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떠오른다. 이것도 분명 아 카펠라다.
하지만 그런 R&B 그룹을 아 카펠라 그룹으로 보긴 어렵다. 적어도 아 카펠라 그룹으로 불리려면 앨범 전체를 아 카펠라로 꾸며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그룹은 6인조로 구성된 ‘킹스 싱어스’와 4인조 혼성인 ‘맨해튼 트랜스퍼’가 있으며 ‘바비 맥퍼린’이라는 일인 아 카펠라 아티스트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본격 아 카펠라를 표방한 ‘인공위성’이 있었으며 현재는 ‘솔리스트’라는 팀이 활동중이다. 이 단순한 리스트(?)에 스웨덴 출신의 팝 및 재즈 아 카펠라 그룹인 ‘리얼 그룹’를 추가하면 웬만한 곳에선 아 카펠라에 대해 별로 꿀릴(?) 일이 없을 것이다.
83년에 결성된 리얼그룹 멤버는 아 카펠라로 활동하기 전에 모두 악기를 연주한 경력이 있다.
때문에 멤버 모두가 보컬과 하모니 외에 악기를 연주해야 할 파트의 대역을 잘 소화해내며 스웨덴 왕립 음악원 출신답게 음악적 토대도 튼실하다. 이들은 ‘95년 CASA(미국 현대 아 카펠라 협회) 어워드’에서 댄싱 퀸으로 최우수 컨템퍼러리 커버상과 파이트 오브 더 푸버즈로 최우수 재즈곡상을 받았다.
이후에 멤버인 마르가레타 알케우스가 최우수 여자 보컬상을 2년 연속 수상했고 올해의 라이브 음반상, 최우수 오리지널 팝음악상, 최우수 홀리데이 앨범상, 컨템포러리 아 카펠라 녹음상을 수상하는 등 이 어워드에서 매년 단골 수상자가 되고 있다.
최근에 소개된 앨범 ‘Commonly Unique’는 지난해 발매된 것으로 팝과 재즈를 오가는 대중적인 퓨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앨범에서 이들은 기본적인 그루브를 위해 샘플링을 사용했다. 이는 리듬 악기조차 아 카펠라로 고집하는데서 오는 부자연스러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다.
또한 반주 부문에서 보이스에 변화를 주는 보코더나 필터를 사용해 언뜻 들으면 아 카펠라가 아닌 실제 악기 연주처럼 들리게 하고 있다.
첫번째 곡인 ‘Substitute For Life’는 화려한 하모니가 일품인 팝 넘버이고 ‘Telephone Talking’은 보코더를 사용해 아 카펠라의 한계를 뛰어 넘은 곡이며 ‘Commonly Unique’는 재지(jazzy)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이밖에 ‘Thousand Things’는 전형적인 아카펠라 곡이고 ‘Stay’는 심플한 가사를 가진 곡으로 여성 보컬의 허밍을 위주로 구성된 클래시컬한 소품이라 할 수 있다.
(팝 칼럼니스트, 드라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