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이 문화콘텐츠로 몰린다>(하)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리니지’ ‘포트리스2’ ‘바람의 나라’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이들의 공통점은 대박을 일궈내며 한국에 문화콘텐츠 붐을 조성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리니지’를 필두로 한 ‘포트리스2’ ‘바람의 나라’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끌어 냈고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등은 한국영화 최고의 중흥기를 만들고 있다.

 이같은 성공 신화는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수많은 자금줄의 문화콘텐츠행을 이끌어냈으며 세계시장 제패의 꿈(?)도 꿀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그에 따른 그늘도 넓은 법. 대박 신화의 그늘에 가려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다양성과 균형성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영화계는 요즘 영화가 없다고 한숨이다. 특정 작품이 스크린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러다가는 자칫 ‘편식’으로 말미암아 영화계가 굶주리며 병들고 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나오고 있다. 대작이 아니면 참패일 뿐이다. 얼마전 개봉했던 ‘소름’의 경우는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9개 개봉관에서만 상영됐고 관객도 20만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화콘텐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임업계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PC게임을 보면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같은 외국 게임이 판치고 있으며 온라인게임은 ‘리니지’ ‘포트리스2’ ‘바람의 나라’ 등 세 작품이 전체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다. 아케이드게임은 규제의 틀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실제 게임분야에 대한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투자액의 50% 이상이 온라인게임쪽에 치우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임분야를 포함한 문화콘텐츠 분야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같은 투자 관행은 자칫 온라인게임 분야의 열풍이 가라 앉을 경우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의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숲을 바라보지 않고 나무만 보기 때문이다.

 게임분야의 한 전문가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자동차 산업에 비유한다. 완성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동차 부품 산업의 발전이 병행돼야 하며 이같은 부품 산업의 발전을 통해 자동차 산업은 비로소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문화콘텐츠의 특성상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등이 상호 유기적으로 성장해야만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고 해외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 하나의 게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상의 기획과 온라인상의 그래픽, 프로그래밍 등은 기본이고 배경음악, 영화·애니메이션 등에서의 캐릭터 보급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얼마전 개봉했던 외화 ‘툼레이더’는 게임에서 먼저 출발한 경우며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은 게임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당장의 흥행과 인기에 몰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작품에 많은 관심을 쏟아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설사 투자수익이 많지는 않더라도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투자패턴이 형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각종 문화콘텐츠 수출이 지난해 7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한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밑거름이 될 자금(투자) 부문은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투자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상반된 개념 두 가지가 있다. 이미 벤처붐 시절 시행착오를 겪었던 분명한 옥석가리기와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적인 경쟁력 제고 및 발전을 위한 투자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통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되 머리만 큰 가분수는 멀리 못가 주저앉고 만다는 사실이 문화콘텐츠 투자열풍과 때맞춰 새삼 강조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