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커런트]단골 만들기

 전세계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최근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부투자자금에 의존해 사업을 확대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인터넷 투자열기가 식으면서 운영자금이 고갈됐고 이는 바로 회사가 도산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러면 인터넷 비즈니스는 정말 신기루였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인터넷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에 인터넷에서 계약이 체결된 비율은 2.7%에 불과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관련 정보를 검색한 후 자동차를 구입한 비율은 무려 40%를 넘어섰다. 따라서 인터넷 비즈니스 성공여부도 ‘아이쇼핑을 즐기는 네티즌들을 단골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주 주제는 단골 만들기다. 편집자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50곳을 인터뷰했다. 유통업체들의 고민은 한마디로 ‘인터넷에 상품 카탈로그를 올려놓았다는 것만으로 전자상거래가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한 스포츠 의류 회사 사장은 “네티즌들이 수십개 웹사이트에서 얼마든지 같은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제품판매를 옮긴 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려고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매장을 찾았던 네티즌이 후에 자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지의 여부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현재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자사 웹사이트를 찾았던 네티즌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것의 마케팅 효과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다’고 대답한 응답한 업체가 각각 38%에 달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업체는 24%에 불과했다. 그림1 참조

 응답자들은 또 웹사이트를 찾은 네티즌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데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두번째 질문에 대해 절반이 넘는 54%가 온라인 매장을 찾았던 네티즌이 그 후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지의 여부를 추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고객의 확보가 어렵고(18%), 매장이 많지 않은 것(16%)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응답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그동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성적이 부진했던 직접적인 이유는 세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즉, 웹사이트를 찾았던 네티즌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묻자 모든 응답자들이 매장의 위치를 웹사이트를 통해 알려주었다고 대답한 데 이어 e메일 발송(68%), 온라인 판촉행사(58%) 등의 순으로 나타나 아직 소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재고상품 진열 또는 웹사이트에서 주문한 후 퇴근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는 각각 12%, 8%에 그쳤다. 그림3 참조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포레스터리서치의 분석가 제임스 크로퍼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인터넷을 단순히 상품판매를 위한 전자장터 정도로 인식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인터넷은 제품의 직접적인 판매보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네티즌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제품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분야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 순간 인터넷의 위력은 몇배 더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판매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에 인터넷에서 계약이 체결된 비율은 2.7%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관련 정보를 검색한 후 자동차를 구입한 비율은 무려 40%를 넘어섰다. 더욱이 이러한 변화가 모두 1∼2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인터넷은 또 자동차를 구입한 후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때도 더없이 편리하다. 미국의 네티즌들은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 회사가 인정하는 수리업체를 찾는 것은 물론 자동차 운행과 관련한 각종 정보도 ‘원클릭’으로 찾는 것이 정착돼 있다. 이러한 환경을 제공하면 제품판매는 저절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비율은 웹사이트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가 미국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중에 웹사이트 방문객이 가장 많은 10대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최대 서점체인인 반즈앤드노블이 개설한 웹사이트(barnesandnoble.com)를 찾은 사람이 516만명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한 사람은 5%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슈퍼체인인 월마트 사이트(walmart.com)는 같은 기간 379만여명이 방문해 2위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제품을 구입한 사람의 비중은 1%로 가장 낮았다. 반면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오피스데포 사이트(officedepot.com)는 6월에 200만여명이 방문(6위), 6위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무려 12%가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구입해 구매전환 비율에서는 다른 웹사이트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제품을 사는 비율은 아직 고작해야 10%에 그치는 상황에서 나머지 90%는 인터넷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만 검색하고 실제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온라인 쇼핑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때 모두 같은 회사 매장을 찾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때 약 절반 정도가 이탈해 경쟁회사 매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번 온라인 매장을 찾는 쇼핑객을 어떻게 붙잡아두느냐에 따라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를 위한 실천전략으로 다음의 3가지를 권하고 싶다. 먼저 온라인 방문객의 취향과 현재 찾는 상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판매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한번 방문할 것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마케팅 활동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제품을 판매하는 데는 또 다시 다음의 4가지 요소를 유의해야 한다.

 첫번째는 경험이다. 온라인 쇼핑객의 약 60%는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입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가격이다. 에디바우어(eddiebauer.com)는 재고상품을 판매할 때 e메일로 단골고객에게 할인 쿠퐁을 나눠줘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e메일을 받은 사람의 약 35%가 이를 확인했고 그 중 약 6%가 실제로 제품 구입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말판 신문에 홍보전단을 배포하는 것보다 약 2배의 효과를 보았다는 설명이다.

 세번째는 편의성이다. 온라인 고객의 약 45%가 웹사이트에서 대금을 지불한 후 퇴근길에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바로 제품을 찾아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서는 i2테크놀로지(i2.com)와 360커머스(360commerce.com) 등에서 판매하는 재고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관련한 비즈니스에서는 보안문제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약 37%에 달하는 네티즌들이 보안문제 때문에 온라인 쇼핑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위해서 쇼핑은 웹사이트에서 하고 결제는 오프라인 은행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다.

 

◆유통업체 대응방안

 1.무엇보다 고객들이 온·오프라인 매장을 자유롭게 오가며 쇼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매장을 찾는 쇼핑객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e메일 등으로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면 기대 이상의 매출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

 2.이를 위해서는 고객관계관리(CRM)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선행해야 한다. CRM컨설팅업체 쿼드스톤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했던 고객의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에서 집계한 매출액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한 자료를 제공해 유통업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인터넷에 대한 투자도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인터넷 투자에 대한 수익(ROI)을 내려고 덤비면 실패하기 쉽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효과적으로 연계해 운영하면 대고객 서비스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보는 업체도 의외로 많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