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 산업은 갑작스럽게 탄생한 신종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갖는 방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디지털화라는 하나의 과정을 거친 연계사업이랄 수 있다.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세계 각국이 21세기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육성키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만큼 각광받는 사업분야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시장은 세계시장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은 13억달러로 8500억달러인 세계시장의 0.6%에 불과하다.
방송·영화·애니메이션·게임·음반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는 전체 디지털콘텐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문화콘텐츠, 곧 디지털콘텐츠 시장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안제시가 가능하다.
우선 방송분야가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디지털위성방송시대를 맞이하면서 무려 80여개의 위성방송 채널이 새로 등장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초 실시된 프로그램공급업자(PP) 등록제 개시로 늘어나기 시작한 신규 참여 업체는 늘어만 가고 있다.
채널 수가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으나 여기에 담을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자체 제작비 및 방송설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케이블PP의 경우 지상파의 프로그램을 여러번 반복해 편성하고 있거나 값싼 해외 콘텐츠로 방송시간을 메우고 있다. 가뜩이나 방송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채널시대로 프로그램의 질적개선은 더욱 어렵게 된 셈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 가운데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분야에서도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해외시장개척을 주 타깃으로 해야하는 업체들은 다양한 장르의 제품개발에 나서야 할 때다.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은 온라인 PC게임 등 특정분야에 국한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시장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디오콘솔 게임시장에서 국내 업계는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업계는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가정용 게임시장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만이 해외시장 진출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영화부문에서도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다양한 소재 및 콘텐츠면에선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 영화는 지난 60년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시중자금도 대거 영화로 쏠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를 살펴보면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다.
우선 흥행은 극소수 작품에 한한다. 막대한 제작 및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은 엘리트형 작품만이 간혹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흥행참패로 대중들이 인식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간판을 내리고 있다. 영화부문에서도 다양한 작품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 구태의연한 유통 및 배급망을 개선해 작품성 있는 영화가 시장에서 대우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음반시장 상황은 심각하다.
장기적인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시장도 왜곡되고 있다 .
이른바 인기곡만 모아 놓은 편집음반이 인기가도를 이어감에 따라 다양한 ‘스튜디오 음반’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 편집음반 발매량이 올들어 크게 줄었으나 연가, 애수 등 일부 작품이 수백만장씩 팔리면서 아직도 시장 한켠을 주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편집음반 앨범시장은 무려 200만장으로 확대되면서 전체 1500만장 음반시장의 13%를 차지했다.
편집음반시장을 적절한 선에서 조절하고 다양한 음반 발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산업도 새로운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 하청사업을 벗어나지 못했던 산업이 최근 창작제작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청생산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달리 창작애니메이션 제작사업 발전이 그리 빠르지 못하다.
디지털콘텐츠 산업 육성은 방송·영화·게임·음반·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를 다양화하고 발전시키는 게 지름길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