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의 사업수주 절차 및 관행과 시스템통합(SI)사업의 그것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건설업은 철근과 콘크리트라는 소재를 이용해 계량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SI는 계량 및 결과의 측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SI는 사업의 발주, 입찰과 낙찰, 감리 등 입찰에 따른 형식에서 건설업과 동일하기 때문에 흔히 건설업에 비유된다.
SI사업은 턴키(turn-key)를 제외한 일반적인 방식의 건설업과 유사한 절차를 따른다. 통상적인 SI사업은 본 사업에 대한 발주기관의 제안서 요청과 수행기관의 입찰, 기술·수행능력·가격 평가, 사업자 선정의 순으로 진행된다. 일괄입찰, 2단계 경쟁입찰 등의 입찰제도와 최저가 낙찰, 적격심사,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등의 낙찰제도가 건설업의 제도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입찰·낙찰 방식으로 인해 SI사업에서 여러가지 맹점이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이익의 창출이 어려운 점, 전문 중소기업이 소외되기 쉬운 점, 과당경쟁 등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는 맹점이다. 건설업의 경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분류가 비교적 명확하고 도급순위가 지정돼 있으며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한 사업추진을 통해 이같은 맹점을 조금씩 보완하고 있는 것에 대비된다. SI업체 한 관계자는 정확한 사업계획을 위해 건설업의 설계도면같은 것이 SI사업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혁신(BPR)작업이나 기본전략계획(ISP)작업 등이 일부 건설업의 설계도면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직까지 이에대한 제도화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불공정한 소프트웨어 하도급 관행은 건설업의 부당한 하도급 관행이 SI사업에 그대로 투영된 병폐 중 하나다. SI는 별도의 하도급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업에 따라 업체간 이합집산이 잦고 경쟁이 과열로 흐르기 쉽다. 정부도 이에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최근 개선작업을 한창 추진하고 있다.
계량화가 어려운 소프트웨어사업의 특성상 대가기준이 모호한 것도 SI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SI업체 관계자들은 건설업의 경우에는 벽돌 한개에 얼마라는 식의 기준이 있지만 SI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때로는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에따라 SI사업 성격에 맞는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이 요청되고 있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