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국내기업 반향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사태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현지 주재원의 인명 피해 등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점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침체돼 있는 경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 대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특히 대부분 기업은 이번 사건이 위축돼 있는 국내 경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은 동의하지만 경기 위축의 장기화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일인 만큼 현재 추진하고 있는 IT 투자와 e비즈니스는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항로·공항 폐쇄로 이어진 이번 사건으로 국내 항공사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11일(현지시각) 테러참사 발생에 따른 후속조치로 미주노선 국적항공기 운항을 전면 취소함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 2사의 미주노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으며 당분간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FAA측은 13일 새벽 1시를 기해 미주지역 공항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통보해 왔으나 제대로 된 운항에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국내 항공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항공사들은 결항에 따른 운항손실, 원유 급등으로 고정비 증가 등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실제로 11일(현지시각) 현지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10월 인도분의 가격이 배럴당 26.14달러로 전날대비 1.29달러나 올랐다.

 특히 국내 항공사들은 이번 사태가 천재지변인 점을 감안, 결항에 대한 어떤 법적조치도 취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양대 항공사는 일단 결항에 따른 승객들의 혼란을 막고 예약 취소와 향후 재발권에 관해 자사 사이트를 통한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자사 사이트인 코리안에어(http://www.koreanair.co.kr)의 예약시스템과 발권시스템을 통해 승객들이 손쉽게 예약을 취소하고 재발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신용카드 등으로 지불을 완료한 미주노선 승객들도 전액 환불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플라이아시아나(http://www.flyasiana.com)에서 예약·확인 및 발권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지금까지 결항된 여객 6편 가운데 온라인 발급시스템으로 표를 구입한 수십명에 대해 차후 일정에 대한 개인별 통보 및 좌석 재배정도 실시할 방침이다.

 또 양사는 온라인으로 발권받은 승객일 경우 탑승을 않하고 발권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때 부과하는 캔슬료를 이번에는 적용시키지 않고 전액 환불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사의 경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뉴욕과 뉴저지 항만이 폐쇄돼 하역작업을 못하고 있는데다 롱비치에 있는 터미널도 하역을 금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상선은 사고 발생 지역의 항만에 수송 물량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의 전자무역을 대비한 e비즈니스 체제는 이미 전화나 팩스로 견적을 의뢰하고 부킹하던 것이 인터넷에서 처리되고 있으며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계속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한진해운 e커머스팀 정은조 부장은 “이번 사건은 좋았던 경기를 나빠지게 하는 영향보다는 이미 위축된 경기를 더 나빠지게 하는 것”이라며 “특히 해운사 업무상 e비즈니스의 필요성은 이미 효과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어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 중 미주지역의 수출 비중이 높은 LG상사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LG전자의 PC나 가전 수출 물량이 많은 LG상사는 항공과 항만 등이 폐쇄됨에 따라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유럽 및 아시아지역과 중국 시장쪽 수출 물량이 미주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삼성물산과 SK글로벌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LA 소재 미국 현지법인의 경우 일단 이번 테러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지 경제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커 향후 미주지역 수출에 심대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이번 사태를 상세히 파악하는 한편, 미주지역 및 국내 경기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전통적인 내수경기 의존도가 큰 기업들은 비교적 충격이 덜한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유통·레저 등 그룹 주력사업이 주로 내수에 발판을 두고 있는 만큼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한 직격탄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롯데는 뉴욕 등 현지 사무소 직원들 모두가 일단 무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일단 안도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단 전반적인 경기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e비즈니스 등 현재 추진중인 신규사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0여개 해외사업장을 묶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현대건설도 기업 투명성과 경영효율화라는 측면에서 경기와 무관하게 계속 추진한다고 재확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IT나 e비즈니스에 긍정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관점보다는 e비즈니스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선진기업이 경기위축과 무관하게 자체 계획에 따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체가 엄격해질 수는 있으나 e비즈니스 자체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한동안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군수산업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군수품 관련 e마켓이 범죄자들의 불법 무기 유통경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군수산업이 일시적이나마 활황을 맞을 수 있다는 다소 때 이른 추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앳트레이드월드 최기옥 이사는 “e마켓이 무기제품의 불법유통로 악용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면서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군수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