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황성훈씨의 현장증언-`쉭`소리와 함께 끔찍한 아수라장

 ◆다음은 한국무역협회가 해외 청년무역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뉴욕에 파견한 황성훈씨가 보내온 사건현장의 생생한 경험입니다. 황성훈씨는 현재 경기도 해외투자유치사무소(트레이드센터 위치)에 파견되어 금년 9월 3일부터 6개월간 근무중입니다.◆

 

 2001. 9. 12

 오늘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으로 죽을 뻔 했습니다. 아마 2, 3분만 일찍 출근했더라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다음은 사고당시에 제 다이어리에 기록한 전문(全文) 그대로입니다.

 8시 50분경이었습니다(1차 테러시간). 오늘 E트레인(고속열차)을 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에서 내렸을 때도 세계무역센터 지하로 빠져 나오지 않고 약 두블록 정도 떨어진 종점 출구에 내렸습니다. 천천히 길을 걸었습니다. 세계무역센터 1번 건물 바로 옆에 있는 검은색 건물 옆을 지나칠 때였습니다. 갑자기 ‘쉭’하는 소리가 나서 본능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비행기가 찰나의 순간에 1번 건물의 상단에 충돌하여 가운데로 파고들더니 폭발했습니다(제 사무실이 정확히 거기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와 같았습니다. 유리창이 깨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비행기 파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무실 안에 있던 엄청난 양의 서류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습니다. 마치 주식시장의 마지막 날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처음에 저는 전투기가 추락한 걸로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제트비행기가 그대로 지나가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지나친 그 비행기는 다른 테러리스트의 비행기였습니다. 후에 2번 건물에 충돌했습니다).

 파편이 쏟아지자 순간 머리 속에 든 생각은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흑인여성 둘과 흑인남성 하나와 같이 바로 옆에 있던 건물 뒤편으로 뛰어서 엎드렸습니다. 순간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그리고 FBI 차량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사이렌 소리가 거리 곳곳을 메웠습니다. 이윽고 건물에 불이 붙고 검은 연기가 솟구쳤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그 참사를 지켜보았습니다. 9시 10분경이었습니다. 80층에 있던 사무실이었을까요(세계무역센터는 110층입니다). 거기서 사람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있는 채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떨어질 때마다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울부짖었습니다. 온통 눈물바다라고나 할까요. 대략 7∼8명 정도가 추락사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다가 너무 끔찍해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세계무역센터 2번 건물에 다른 비행기가 충돌했습니다(9시 10분경). 제트기 엔진 덩어리가 파편으로 날아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사람들은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건물 입구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바로 맞은편 건물에 비행기 엔진 덩어리가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 있었습니다. 건물 안은 우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다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전화하느라 바빴습니다. 저도 데스크에 있는 전화를 빌려서 일단 저의 룸메이트에게 안부를 전했고 저의 직속상관에게도 대신 보고를 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전화를 길게 쓸 수가 없었으니까요.

 전화를 끝내고 건물 1층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경찰관 하나가 들어오더니 외쳤습니다.

 “폭발한 건물 상단의 안전여부가 불투명하니 이곳에서 다섯블록 이상 멀리 대피하세요. 건물이 붕괴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타임스퀘어 방향으로 피신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정확히 2001년 9월 11일 9시 55분입니다.

 저번주 수요일 날(9월 5일) 뉴욕에 처음 왔는데 모든 게 지옥입니다. 저도 놀라서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사람이 살아 있는 상태로 떨어지는 그 끔찍한 광경은 아마 죽어서도 있지 못할 것입니다.

 9시 58분경 피신하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하여 그 일대가 먼지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정말 악몽입니다.

 뉴욕영사관으로 어서 빨리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걸었습니다. 오는 도중에 관공서를 보니 벌써 조기를 게양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