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도... 휴대폰 없인 몬(못)산다.’
모바일(M)세대가 몰려오고 있다. 이들의 일상은 무선데이터의 세계다. m세대에게 이동전화단말기는 단순한 음성통화수단이 아닌 새로운 장난감이자 패션이다.
주변에서 m세대를 찾아내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에 코를 박고 무엇인가 열중하는 이가 있다면 십중팔구 m세대다. 이제 그들이 21세기의 마케팅 지향점이자 경제 주체로 거듭날 태세다.
◇L군의 하루=오전 6시, 고등학생인 L군은 한 인기가수의 문자메시지와 모닝콜을 받고 기지개를 켠다. 7시, 세면을 마치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 학교에 간다. 등교길에서 친구에게 ‘오늘 점심시간에 농구 한게임!’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9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어젯밤 미처 끝내지 못한 게임상황을 점검한다. 쉬는 시간,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오늘밤 9시 학원수업 끝내고 A게임방에서 보자’는 메시지가 온다.
점심 시간, 수업시간중에 꺼놓은 이동전화를 다시 켜고 그동안 수신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다. 또 무선인터넷을 통해 유선 e메일 사이트에 접속, e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낸 후 운동장으로 뛰어나간다.
하교길,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학원에 간다고 말씀드린다. 학원을 마친 후 게임방에서 친구들과 만나 유무선 연동게임을 즐긴 후 귀가한다. 귀가 길에 주말에 함께 영화를 볼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새로 개봉하는 영화표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다.
취침 전, 친구들에게 ‘잘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유무선 연동게임의 상황을 최종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L군의 일상은 무선데이터와 함께 시작해서 무선데이터로 끝난다. 음성통화는 하루 평균 2, 3회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이동전화 월간 사용내역은 문자메시지 580건, 음성통화 50통, 무선인터넷 300분이다. 그에게 이동전화는 더이상 전화기가 아닌 데이터 통신기기다. 이른바 m세대의 전형이다.
최근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유선인터넷과 서서히 연동되기 시작하면서 m세대는 음성 중심의 세대가 아닌 무선인터넷 사용자군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동전화사업자들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20대 초중반 가입자들이 문자메시지와 무선인터넷을 사용했지만 최근들어서는 10대와 30대로 사용자 층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10대의 경우는 무선데이터 통신의 비중이 음성을 압도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이통사, m세대를 겨냥한다=유선인터넷과 비교할 때,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부족한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무선데이터 통신량이 증가하자 이동전화사업자들은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무선인터넷 분야를 강화한 요금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TTL 등 다양한 요금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무선데이터 통신을 일정시간 또는 일정량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최근 10대들을 겨냥해 TTL팅이라는 요금제도를 출시, 무선인터넷과 문자메시지 요금을 대폭 할인했다.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비기’와 ‘홀맨’이라는 10대 전용 브랜드를 출시했다. KTF 비기의 경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미리 지불한 요금 내에서 무선통신과 음성통신을 자유롭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m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 LG텔레콤의 홀맨은 문자메시지를 300건 혹은 600건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m세대가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들의 주요 공략(마케팅)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m세대에 걸맞은 요금상품뿐만 아니라 콘텐츠들도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유선인터넷 중심의 n세대(신세대 네티즌)들이 m세대화되고 있다. 또 단말기 화면이 컬러화되고 유선인터넷과 연동되는 서비스들이 많아지면서 무선인터넷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무선 연동 모바일 게임인 ‘모바일 삼국지’는 동호회가 형성될 정도다.
이동전화서비스 회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모삼회 회원들의 데이터이용 요금은 대략 40만원에 이르며 연령대는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이들은 동호회 활동을 통해 모바일 삼국지에 대한 게임전략을 교환하고 동호인들의 근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또 무선인터넷의 안정성, 전송 속도 등을 평가하기도 하며 무선인터넷 요금 등에 대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는 등 m세대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것은 m으로 향한다=3세대 통신이 본격화되면 m세대는 또 한 번 업그레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형태의 이동전화단말기뿐 아니라 PDA·노트북 등 새로운 단말기들이 많은 사용자들을 m세대로 끌어들일 전망이다. IMT2000 서비스가 실현되면 초고속 무선인터넷망을 사용, 유선인터넷도 무선망을 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m세대라는 개념은 현재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일부 계층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동하는 모든 인터넷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것이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