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디지털엔터테인먼트>인터넷방송-`양방향` 무기로 안방 엿본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사교 댄스를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그려낸 일본 영화 ‘쉘위댄스’는 국내에도 적지 않은 ‘춤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댄스 동호회가 생기고 취미로 춤을 배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 무도장을 찾을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 접속해 댄스114(http://www.dance114.com)의 문을 두드려보자.

 댄스 전문 인터넷 방송인 댄스114에서는 왈츠·차차차·재즈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 강좌를 연다. 물론 춤동작은 동영상으로 제공되고 한 번으로 부족하다면 다시 볼 수도 있다. 최근 이 사이트에 대한 관심은 꾸준한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춤 배우기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여행 전문 방송국에서는 유럽의 전경을 동영상으로 미리 볼 수 있다. 직장인 네티즌들에게는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 야한 농담을 하거나 증권방송을 통해 주식시세를 점검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다.

 인터넷 방송이 단순히 정보의 역할만 수행했다면 이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인터넷 방송의 일차적인 매력은 각종 동영상 및 음악·텍스트 등을 사용자가 원할 때 실시간으로 보내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양방향 서비스를 통해 채팅·영상회의 등 생생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방송은 단순히 정보만을 제공하는 사이트라기보다 적극적인 대화가 오가는 살아있는 장으로서 n세대는 물론 기성세대들의 일상 속에도 빠르게 침투해왔다.

 사실 국내에 인터넷 방송이 처음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난 95년 KBS가 리얼오디오 솔루션을 도입해 해외 교포들을 위해 실시한 라디오 인터넷 방송이 그 시초이 때문이다. 이어 97년 2월에는 최초의 독립 인터넷 방송국인 ‘m2station’이 등장했으며 이후 SBS를 시초로 지상파 방송사 및 대규모 통신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개국했다.

 수적으로만 봤을 때 KBS의 라디오 인터넷 방송 개시 6년만인 올해초 국내 인터넷 방송국은 1000여개를 훌쩍 넘어섰다니 정말 폭발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수도 수지만 그 다양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기부터 음악방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종합방송·교육·영화·생활·개인·엔터테인먼트·종교·정치경제·성인·스포츠·건강의학 등 거의 생활의 전 분야에 걸쳐 인터넷 방송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게다가 각 분야별로 장르가 매우 세분화돼 있어 전문적인 정보를 갈망하는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음악 장르만 보더라도 인디팝·R&B·재즈·일본음악·국악 등만을 각각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방송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형 레코드 매장에 들르거나 종합음악 방송 사이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 및 음악을 이들 사이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같은 세분화된 장르의 사이트들은 수익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하는 n세대들의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기업형 인터넷 방송 사이트의 증가율은 주춤했던 반면 개인 방송국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또 게임·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즐기기 위해 ADSL·케이블TV·랜 등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받는 가입자가 늘어나고 보다 적은 비용과 쉬운 방법으로 인터넷 방송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인터넷 방송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해도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취미 삼아 개인이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것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 증대라는 두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보통 인터넷 방송국들은 본연의 서비스 제공 외에도 인터넷 방송 컨설팅 및 구축 서비스, 콘텐츠 제작 대행 서비스, 생중계 대행, 호스팅 서비스 등 부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및 만화 콘텐츠를 편당 유료로 제공하거나 콘텐츠에 등장하는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PPL(Products Placement) 광고 등도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SBSi는 PPL 영화인 ‘아미지몽2’를 기획중이다. 아미지몽 1편에서 극중 여주인공이 착용했던 펜던트가 인기를 끄는 등 PPL 기법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세친구’ 제작사인 조이아이TV는 세친구의 세 주인공이 등장하는 인터액티브 성인 시트콤 제작으로 다시 예전의 명성에 도전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사들이 자주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터넷만의 특징을 살린 양방향 콘텐츠 제작이다.

 양방향 드라마는 극중 어느 인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줄거리가 달라지는 등 네티즌의 견해가 적극 반영된다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수 인터넷 방송사들은 나름대로 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아직 콘텐츠 자체의 유료화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한 인터넷방송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뭐니뭐니해도 콘텐츠 유료화의 제1계명은 돈주고 볼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 네티즌에게 묵은 콘텐츠로 가득한 사이트는 흡인력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필수다.

 궁극적으로는 인터넷 방송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창적인 콘텐츠와 개인 방송국처럼 전문적인 콘텐츠들로 네티즌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같은 의미에서 시사 풍자 인터넷 방송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프랑켄슈타인이 수익성 악화라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혀 최근 방송을 중단하게 된 사례는 더 없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번져나간 풀뿌리 인터넷 방송사들이 수익증대라는 벽을 넘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총아로 거듭날 수 있을지 네티즌들의 기대가 커지는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