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디지털엔터테인먼트>온라인게임-`게임 코리아` 열풍 식지않는다

대구시에 살고 있는 송필봉(29·회사원), 김선경씨(28)는 지난해 4월 온라인게임 ‘레드문’에서 처음 만났다.

 현실의 모습이 아니라 사이버 캐릭터로 만난 두 사람은 1년 1개월간 사이버연애를 한 끝에 지난 5월 결혼에 골인해 화제가 된 커플이다.

 송씨는 ‘레드문’에서 게이머들과 온라인채팅을 즐기다 대구지역에서 ‘게임여왕’으로 소문났던 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1년간 게임속에서 따라다니며 구애한 끝에 결혼 승낙을 얻어냈다.

 이들의 사랑을 맺어준 중매자는 다름아닌 온라인게임 ‘레드문’이다.

 ‘레드문’은 인터넷으로 접속한 수천에서 수만명의 네티즌이 사이버 가상공간에서 실력을 겨루는 온라인게임의 일종이다.

 지난 98년부터 등장한 온라인게임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에 게임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리니지’ ‘포트리스’ ‘바람의나라’ ‘어둠의 전설’ 등의 각종 온라인게임은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40∼50대 아저씨까지 모두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며 수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국내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는 작품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회원 1100만명을 확보하며 선두로 군림하고 있는 ‘리니지’는 단일 게임만으로 올 상반기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엔씨소프트를 코스닥 황제주로 군림시키고 있다. 특히 수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시접속해 즐기는 이 게임은 ‘울티마 온라인’ 등의 해외 유명 게임을 제치고 당당히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으로 발돋움해 국산 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리니지’는 대만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등지에도 진출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 지난해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한 GV의 ‘포트리스2 블루’도 900만명의 유저를 확보하며 국민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턴방식으로 포탄을 쏴 상대를 제압하는 ‘포트리스’는 비교적 게임방법이 쉽고 간편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1000만명이 넘는 유저를 갖고 있는 웹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은 고스톱, 테트리스, 네모네모 등의 보드게임으로 전국민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분야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이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PC게임분야와 달리 국산 게임이 드높은 위세를 과시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 분야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어모음에 따라 그동안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고심해온 포털사이트 등의 인터넷 사이트들도 앞다퉈 온라인게임을 주력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또 경상북도 등의 지방자치단체, 국정원 등의 정부기관도 홍보수단으로 온라인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세태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송씨 커플처럼 온라인게임에서 사이버 캐릭터로 만나 인연을 맺기 시작해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인기 온라인게임에 사용되는 자신의 캐릭터인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n세대 사이에서는 옷과 장신구 등의 아이템을 구매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또 온라인을 이용한 고스톱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지방마다 천차만별이던 고소톱의 룰이 특정 인기게임의 룰로 통일되는 등 전국에 산재한 고스톱의 지방색이 통일되기까지 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 2000만명 가운데 약 65%가 게임 관련 사이트에 방문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온라인게임공화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정부와 게임업체들은 대한민국을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발돋움시키는 주력제품으로 꼽으며 온라인게임 개발과 지원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이 수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게임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이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지속성을 갖고 있으며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도전욕구가 높아 많은 네티즌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자신이 원하는 게이머를 상대로 고를 수 있다는 면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게이머에게 ‘게임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일종의 소속감을 주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들고 있다.

 세종대 김동현 교수는 “온라인게임은 상대방이 컴퓨터 두뇌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묘미가 있다”며 “특히 모든 게이머가 각자 게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은 무제한의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온라인게임은 게임 상대가 사람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것보다 도전욕구가 훨씬 높아진다”며 “다수가 참여하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이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더욱 고취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은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경쟁심리를 절묘하게 자극하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온라인게임은 게임을 통해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갖고 있다.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동안 또는 게임을 즐기기 전후에도 채팅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등 계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따라서 각 게임에는 게이머들의 커뮤니티인 혈맹, 길드 등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이 온라인게임의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위즈게이트의 손승철 사장은 “전용선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온라인게임의 유저층이 PC방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동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온라인게임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