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의 디지털 콘텐츠 육성 계획은 문화 콘텐츠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영화·비디오·애니메이션·게임·음반·방송·캐릭터 공예·광고·신문·잡지·출판 등을 10대 중점 문화산업으로 보고 이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부가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먼저 마련한 전략은 ‘문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이다. 99년 2월 발표한 이 계획은 2003년까지 7200억원을 투자해 10대 문화 콘텐츠를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산업 인프라 조기 구축, 10대 문화산업 분야별 연관사업 추진,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 강화, 상품개발 지원, 법령 및 제도 개선, 투자조합 등 재원조달 등으로 돼 있다.
‘문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은 올해 초까지 문화부의 콘텐츠산업 육성 계획의 밑그림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계획의 골격이 다분히 아날로그 문화 콘텐츠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이 디지털 콘텐츠 육성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자 문화부는 지난 6월 ‘콘텐츠코리아 비전 21’을 발표했다. 문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을 수정·보강해 내놓은 콘텐츠코리아 비전 21은 다른 정부 부처와의 업무중복 시비를 고려해 ‘디지털 콘텐츠’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화를 비롯한 아날로그 콘텐츠와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를 문화 콘텐츠라는 틀 안에서 육성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계획에 따르면 문화부는 올해부터 2003년까지 국고 및 정부기금 3810억원, 민간자금 4000억원, 기타 736억원 등 총 8546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문화 콘텐츠산업에 집중 투입한다.
또한 문화부는 연내 현행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디지털 콘텐츠 육성을 위한 기본법으로 전면 개편하고 영화진흥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등 현재 아날로그 콘텐츠 중심의 문화산업 법령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정키로 했다.
특히 방송·영화·애니메이션·비디오 등 영상산업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영상진흥기본법을 개정키로 했으며, ‘저작권법’의 경우 온오프라인의 저작권 보호와 투자자 보호 등에 초점을 맞춰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키로 했다.
이 계획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콘텐츠산업의 메카가 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 이하 콘텐츠진흥원)의 설립 근거를 마련한 것. 지난 8월 24일 개원한 콘텐츠진흥원은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사업비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하게 된다. 실제로 콘텐츠진흥원은 설립 첫해인 올해 1862억원을 비롯해 2002년 1390억원, 2003년 900억원, 2004년 910억원 등 4년 동안 총 5062억원을 사업비로 조달하게 된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콘텐츠진흥원은 △공공문화 콘텐츠 개발 △콘텐츠 기술 개발 및 표준화 △유망 콘텐츠업체 육성 및 지원사업 등을 벌이게 된다.
특히 콘텐츠진흥원은 산하에 게임지원센터, 음악지원센터, 애니메이션지원센터, 만화·캐릭터지원센터 등 4개 분야별 지원센터를 두게 된다. 조직 구분으로는 4개의 지원센터지만 실제로는 게임·음악·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출판(전자책 포함) 등 6개 분야의 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더욱이 문화부가 이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영화진흥위원회·한국영상자료원 등 3개 기관을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새로 생기는 콘텐츠진흥원은 방송·영화·영상 등 기존 기관들이 맡고 있는 분야와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일을 맡아야 하며 이것은 다름아닌 디지털 문화 콘텐츠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음악·애니메이션·캐릭터·만화·전자출판 등 6대 문화 콘텐츠산업에 걸친 포괄적인 육성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앞으로 4대 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제1 과제는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고 영화·음악·방송영상 분야를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제2 과제는 문화콘텐츠 창작·개발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골자다.
또 제3 과제는 오는 2005년까지 전문인력 4만여명을 집중 양성하는 것이고, 전략적 마케팅지원을 통해 국내 문화 콘텐츠의 세계시장 진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게 제4 과제다.
콘텐츠진흥원의 서병문 원장은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형태의 문화 콘텐츠산업은 21세기 신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임에 틀림없으며 이미 세계 각국은 문화 콘텐츠산업을 21세기 주요 국가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세부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가 초고속통신망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의 국경은 더이상 산업의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투자조합을 통한 문화 벤처기업의 육성도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문화부는 향후 매년 13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운영하는 등 문화산업 분야에서 이미 운영 중인 투자조합을 포함해 2003년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실제로 문화부는 지난 8월 330억원 규모의 문화 콘텐츠 전문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으로 IMM창업투자·한국기술투자·한솔창업투자 등 3개사를 선정했다.
IMM창업투자는 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제1호 조합, 한국기술투자는 전자책(e북)·멀티미디어·모바일·인터넷 콘텐츠 분야의 제2호 조합, 한솔창업투자는 신디케이터·솔루션 개발 등의 문화 콘텐츠 제작·유통·배급사업 분야인 제3호 조합 등을 각각 맡게 된다. 이미 설립돼 운영 중인 게임투자조합·음악투자조합·영상투자조합 외에도 추가로 3개 조합이 결성됨에 따라 문화 콘텐츠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지난 99년 20조원 정도인 문화산업 규모를 2003년에는 35조원으로 키워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2003년까지 5000개의 문화 콘텐츠 개발업체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문화 콘텐츠 수출 2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