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온라인게임과 자살사이트에 빠진 한 중학생이 초등학생인 동생을 살해한 사건은 ‘사이버중독’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이버중독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 최근 우리 주변에는 ‘사이버중독’이라는 신종 증후군을 앓아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이버중독이란 지나치게 컴퓨터에 빠져 일상생활에 심각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 지장을 받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통신, 게임, 음란물 중독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사이버중독에 빠지면 자기통제력의 상실, 감정조절능력의 감소, 대인기피증, 강박감, 편집증 등의 증상을 보이기 쉽고 원조교제, 모방성범죄, 폭력, 살인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청소년의 사이버중독 실태는 조사기관마다 측정방법이 달라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적게는 6∼7%, 많게는 30%까지 사이버중독에 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중독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온라인게임 중독’이다.
학부모들은 컴퓨터와 인터넷게임에 빠진 아이들 때문에 상당한 고민에 처해 있다.
게임에 빠지면 자신을 개발할 시간을 그만큼 빼앗길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가상공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폭력 등의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폭력성이 심한 게임의 경우 아이들의 행동,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은 중독성이 강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 각종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심진현 교수는 “부모의 학업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낀 청소년들이 자기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게임중독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캐릭터의 레벨이나 아이템(칼, 갑옷 등 무기) 등을 키워나가는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은 아이들의 성취감을 자극해 쉽게 ‘중독’으로 빠져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http://netmentalhealth.fromdoctor.com)의 게시판에는 게임중독에 빠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PC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원도 가지 않고 PC방에 가서 시간과 용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중독이 일반화되면서 온라인게임을 하다 게임내 아이템을 잃었다고 상대방을 찾아가 폭력을 행사해 구속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게임에 중독된 많은 이들은 강박감·편집증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비만·체력저하 등 신체이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종종 게임속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청소년의 경우 중독될 뿐만 아니라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 게임에서는 아무 거리낌없이 수만명씩 죽이는데 이러다 보면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온갖 폭력이 난무하게 되며 현실의 폭력에도 무감각해 진다. 아주 심각한 게임중독자 중에는 꿈속에서도 게임이 지속돼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또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게임속 적처럼 보여 적대감을 표출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게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놓고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서로 사랑·증오·경쟁·협력을 할 수 있어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하는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은 중독강도가 더욱 높다고 한다. 게임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동일시하다 보니 게임속에 더욱 빠져들고 현실이 게임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게임의 대부분이 폭력일변도이고 점점 룰도 없이 마구잡이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폭력장면은 많이 보는 것만으로도 공격적인 사고나 행동을 활성화시킨다. 아무런 이유 없이 행해지는 폭력이 청소년에게 그대로 각인된다면 그 폐해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이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한다.
점차 어려워지는 게임의 특성상 아쉽게 끝난 게임에 끝까지 도전하게 만든다. 또 폭력게임의 경우 인간에게 잠재돼 있는 파괴본능을 만족시킨다. 특히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도 가상공간에서는 강력한 파워맨으로 자신을 인식해 성취욕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게임에 탐닉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욕구불만이 많은 사람일수록 게임중독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게임중독은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아서 그만 두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는 자칫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현수 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장(37)은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막으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여럿이 함께하는 스포츠나 놀이로 유도하는 등 주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게임중독 관련 홈페이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http://www.comkeeper.co.kr)
*사이버중독정보센터(http://www.cyadic.co.kr)
*인터넷중독온라인센터(http://cyber.korea.ac.kr)
*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http://netmentalhealth.fromdoctor.com)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