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을 얘기할 때 유독 성인방송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인 인터넷 콘텐츠만큼 인터넷 방송의 부흥에 기여한(?) 장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성인 인터넷 방송의 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터넷 방송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성인 인터넷 방송 주소 한 두개쯤은 외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인방송은 전체 인터넷 방송 중 약 3.4%의 비중에 그치고 있지만 접속률이나 회원수를 따져봤을 때 그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또 대부분의 인터넷 방송이 수익성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과 달리 성인방송은 철저한 유료 서비스로 수익성도 확실히 보장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99년 말 국내에서 유료로 성인 인터넷 방송을 처음 개국한 곳은 엔터채널이다. 당시 엔터채널은 거의 벗다시피 한 인터넷자키(IJ)가 등장해 사용자와 라이브 채팅을 한다는 시도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유일하게 월 1만원의 유료 회원제로 돈을 벌어들였다는 점은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엔터채널을 모델로 해 성인방송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콘텐츠 경쟁도 과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관련 정보 제공의 폭이 넓어진 동시에 IJ와의 실시간 채팅의 수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저급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노골적인 성인 콘텐츠들이 무방비로 미성년자 등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성인 방송은 지난해말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에 의해 몇몇 업체가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검찰의 철퇴 이후 성인방송들은 스스로 자정 결의문을 발표하고 초기 화면에서 음란한 콘텐츠의 접근을 철저히 막는 등 나름대로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단순히 야한 동영상만을 보여주기보다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로 성인 이용자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무조건 벗기기만 하는 사이트는 이제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부부를 대상으로 성 관련 지식만을 전문적으로 교육시키는 성인방송이나 촌스럽고 특이한 복장의 IJ가 나와 남성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성인방송이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여성 전용 성인방송까지 문을 열었다.
이처럼 성인방송들은 검찰의 칼바람 이후에도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성인방송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방송이 방송인지 통신인지 아직 정의조차 모호한 상태에서 단속하고 보자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성인방송에 대한 규제는 그것이 방송법·전기통신법·청소년보호법 등 각종 관련법 중 어떤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