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 유료화 문제는 인터넷업체는 물론 디지털콘텐츠 관련 업체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과제다.
콘텐츠유료화는 말그대로 돈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이를 실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영화, 음악, 서적 등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마저도 디지털로 전환할 경우 유료화의 저항은 거세다.
실례로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 전자책, 음악 다운로드 등의 분야에서 유료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음악분야는 불법복제가 워낙 심해 유료화 추진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으며 VOD서비스도 일부 성인물과 최신영화 중심으로만 유료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전자책 유료화의 길도 험난하기 마찬가지다.
인터넷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회원 확보에 최대 목표를 두었던 인터넷업계는 경기침체와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생존이 가능하냐’의 문제에 직면했다. 한때 벤처열풍과 ‘묻지마 투자’로 넘쳐나던 자금은 이제 고갈되고 있으며 투자유치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최근 이들 업계가 그동안 회원확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온 콘텐츠 서비스를 주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이제 유료화가 검토되고 있는 반면 선진 각국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콘텐츠 산업 육성의 핵심을 비즈니스화에 두고 이를 구체화 해 왔다.
1억2000만 전국민의 인터넷화를 목표로 삼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e제팬’ 전략은 ‘I-모드’로 대표되는 수익사업 분야에 국가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또 산·학 협력체계를 가동시킨 디지털연구회를 출범시켜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세계최초로 여성 전자상거래 장관으로 임명된 영국의 패트리셔 휴위트는 ‘디지털콘텐츠 분야 육성을 위한 실천’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전략의 핵심을 ‘수출을 통한 수익확보’임을 천명했다.
영국은 정부뿐만 아니라 신문 방송은 물론 문화소프트웨어 분야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계가 프리미엄서비스를 바탕으로 잇따라 유료화을 안착시키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아바타를 유료화한 세이클럽은 이 분야에서만 이미 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네이버컴(한게임)은 새로운 콘텐츠 보강을 내세운 프리미엄서비스 유료화로 4개월 만에 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라이코스코리아, 나우콤, 프리챌, 다모임 등도 영화, 만화, 교육, 음악 등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유료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인터넷은 곧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네티즌들에게 이제 인식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또 검찰에 의한 소리바다 기소 등 무료 콘텐츠제공에 대한 법적인 제제가 강화되고 있어 유료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유료화는 일반의 인식변화를 비롯해 관련법 및 제도정비가 속속 이뤄지면서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 개발 및 확보문제다.
최근 일부 인터넷업체와 정보제공업체가 콘텐츠유료화 바람에 맞춰 아바타 및 e메일을 유료로 전환했다가 회원탈퇴 등 좋지 않은 결과만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 유료화에 성공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 된 프리미엄서비스를 갖고 있으며 이에앞서 사업준비를 충분히 다져왔다.
콘텐츠유료화는 결국 양질의 콘텐츠 확보 및 개발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