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고유전략은 없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나의 전략은 변한다.”
도진광(20·삼성전자 칸)과 대전한 선수들은 그의 스타일을 종잡을 수 없다고 표현한다. 상대 게이머들이 그의 플레이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리는 것은 도진광이 고유전략이 없이 상대가 구사하는 전략에 따라 즉흥적인 반응과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일부 게이머들은 도진광의 이런 스타일에 대해 전략없이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매번 경기마다 나름대로의 전략을 짜서 즉흥적으로 펼친다. 그만의 전략아닌 전략인 셈이다.
그래서 도진광의 연습스타일은 여타선수와 다르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반면 도진광은 주로 전략에 대한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도진광은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상대의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대응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상대의 전략에 대해 최대한 다양한 형태로 대응해 나의 공격과 방어 등 전략을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설명한다. 도진광의 이러한 전략이 통한 것인지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그의 공격과 방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도진광의 이런 독특한 게임 스타일은 그가 프로세계에 빨리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98년 도진광이 취미로 스타크를 즐기던 시절 그는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대결 제의를 받았다. 도진광 특유의 경기진행이 다른 게이머들로부터 호기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배틀넷상에서 일반 유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곧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비교적 프로세계에 빨리 발을 들여놓은 도진광은 독특한 희망을 갖고 있다. 대게 e스포츠 선수들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친 후 나만의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제작자 꿈을 밝힌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진광은 의외의 대답을 한다. 그는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게임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래픽도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도진광의 그래픽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게임 장면마다의 그래픽적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어떤 장면에서의 그래픽에 문제가 있다는 것까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특히 어떤 게임은 그래픽이 무슨 게임을 따라했으며 어떤 게임은 도저히 게임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동료들은 그가 이미 그래픽 전문가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생각하는 게이머,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게이머, 도진광은 오늘도 게임을 하며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해 나간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