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IT비전>인력양성-사람이 경쟁력이다

 ‘비효율적이고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

 한국의 교육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표현이다.

 과학기술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력 배출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과학재단(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각국의 24세 인구 가운데 이학계 및 공학계 학사학위 취득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8.9%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8.1%, 일본 7.2%, 미국 5.4% 등 선진국도 한국에 비해 뒤지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는 또 2000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연간 900여명의 이학계 박사와 2000여명의 공학계 박사가 노동시장에 신규로 공급되는 등 풍부한 인력자원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밖으로 드러나는 수치에 비해 실속은 크게 떨어진다. 배출규모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질적인 수준이 떨어지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제 필요인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해 국가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D램 반도체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동차·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점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 경제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 위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의 주력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NT 등 첨단분야의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기술선점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가전·섬유분야 등은 이미 우리를 추월했으며 10년 이내에 철강·정보통신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를 추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없이는 우리의 미래 경쟁력 확보가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지식정보시대의 고부가가치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문화기술(CT) 등 이른바 5T는 기존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산업은 선진국과 격차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개발 초기단계고 IT인프라 등 개발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점 등을 감안하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다. 특히 5개 기술분야 세계시장의 빠른 성장이 전망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국가적인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육성전략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인력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5T에 있어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새로운 과학기술지식을 습득하고 효과적으로 지식의 양을 증대시키며 과학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인력의 양성과 기성인력의 재교육, 평생교육은 필수적이다.

 또 기초과학분야의 인력양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술융합, 과학기술과 산업의 직접적 연계에 맞춰 다학제적 학과, 예를 들면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기술을 묶는 신설학과의 설립과 상호연계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분야 학과들간 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취업이 안되는 학과의 정원이 시장기능에 의해 줄어들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정보와 교육정보를 연계시켜 공개적으로 유통시키는 정책방안도 수립될 필요성이 있다. 동시에 기성인력들이 빠른 기술변화추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과학기술인력의 다양한 경력경로를 개발하기 위해 기업내에서 연구활동 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단기 테크노MBA과정 등을 확충해야 한다.

 일선 대학교의 경우 교수 채용시 산업체 경력을 인정하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비학문적이며 현장위주의 경험을 쌓은 박사배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과감히 도입,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학생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공대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체 경력이 필수적일 만큼 현장경험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여성의 과학기술분야 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여성인력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발굴, 추진해야 한다. 현재 이공계 여성박사 배출비율은 9.6%, 석사는 13.6%지만 국공립대의 여교수 비율은 이학계 6.2%, 공학계 0.7%에 불과하고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여성비율은 6.9%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은 국공립 연구기관, 대학교, 정부출연연을 중심으로 여성연구원 채용비율을 2003년까지 10%, 2010년까지는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또 해외 우수과학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인,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연구·교수 요원은 인문사회를 포함, 1500명 정도이나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에 그치고 있다. 국제적으로 연계·협력해야 하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해외 우수두뇌를 총괄연구책임자로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초청, 주요 전략기술분야의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세제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외국의 우수교유기관을 유치함으로써 국제수준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국내 교육훈련기관의 질적제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경제 현실상 더 이상의 임금 따먹기식 대량 생산기법은 통하지 않는다.

 제조업에서부터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어찌보면 한국 산업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고급 전문인력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기업과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한국 산업의 인력 구조는 양적, 질적 모든 부문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새로운 산업이 급성장, 이에 따른 수요가 폭발했지만 아직 노동시장은 전통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급이 모자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산업에서 퇴출된 인력을 재교육, 이를 통해 5T산업에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노동시장 구조조정도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