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디지털콘텐츠@홈>TV가 똑똑해진다-`바보상자`가 정보화시대 `총아`

 21세기에는 TV의 혁명적인 진화가 이뤄진다.

 지난 20세기 TV는 ‘바보상자’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사람을 단순한 바보로 만든다는 욕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21세기의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을 단호히 거부한다. 오히려 ‘정보시대의 총아’로 불러주길 원한다.

 그리고 이 요구에 대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TV는 더이상 아날로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시대의 TV는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것을 시청자들에게 보도록 강요했다.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보고 싶지 않으면 TV 전원을 끄거나 다른 채널로 돌려야 했다.

 그러나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카우치 포테이토.’ 감자칩을 먹으면서 하루종일 TV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TV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바보상자의 노예로 만들었다.

 이보다 한단계 발전한 것이 케이블TV·위성방송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다채널시대다. 수십·수백개의 채널을 만들어 놓고 이 중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채널을 선택해 보도록 한 것인데, 처음에는 시청자들로부터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뿐이었다. 수백개 채널 중 시청자가 선호하는 채널은 고작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됐다. 또 시청자가 방송에 자기의 상상력과 희망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아날로그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이며 독점적인 정보 제공은 드디어 디지털시대의 개막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된다. 방송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TV는 과거의 막강한 권력을 더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방송사들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산업전반에 걸쳐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정보화·디지털화의 물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의 세계는 ‘바보상자’에 불과했던 TV를 단숨에 ‘만능 엔터테이너’ ‘지식의 창고’ ‘가정 정보화의 중심’으로 바꿔 놓고 있다.

 디지털TV는 화려한 색상과 선명한 화질, 그리고 입체음향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할 뿐 디지털TV의 진정한 힘은 TV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정보를 활용,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인터넷과 잘 어울리는 데이터서비스도 가능해져 TV 수상기가 이른바 미래의 ‘멀티미디어 홈터미널’로 자리잡게 된다.

 디지털방송이 똑똑한 TV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영상과 음향·데이터가 따로 구분되지 않고 다 같은 형태의 디지털 정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상·음향과 함께 부가적인 데이터를 추가해 보낼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에 관련된 정보 또는 주식·환율·일기예보 등 다수의 실시간 정보, 인터넷 정보 등 멀티미디어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디지털방송이 통신·컴퓨터와 결합되면 그 폭발력과 파급효과는 엄청난 것이 된다. 디지털방송은 PC를 제치고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정보제공와 엔터테인먼트·교육 등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디지털방송시대의 가정을 가보자.

 집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던 주부가 요리정보 메뉴버튼을 누른다. 서비스 메뉴 중 요리재료 항목을 클릭하면 자세한 내용이 화면에 뜨고 그 내용을 저장하고 싶다면 리모컨의 저장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컴퓨터 운용체계가 내장된 TV가 모든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스포츠 중계를 좋아하는 남편은 야구경기를 보다가 화면 한쪽에 경기에 나와 있는 선수들의 프로필을 검색한다. 아예 다양한 스포츠 속보가 계속 올라오도록 설정해 놓을 수도 있다.

 이 정도가 되면 TV는 단순한 바보상자를 넘어선다.

 또 시청자가 정보를 방송사에 보낼 수 있는 양방향 TV도 가능하게 된다. 과거의 아날로그 TV처럼 일방적이지 않고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디지털방송에서 데이터서비스를 하게 되면 멀티미디어 수신기를 통해 방송사로부터 다양한 메뉴의 정보를 받아 대화하듯 양방향을 부분적으로 구가할 수 있다.

 시청자는 방송사로부터 24시간 속보·날씨·프로그램 관련 정보 등의 각종 대화형 부가정보는 물론 일반적으로 많이 접속하는 인터넷정보도 수신해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전화선이나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부가정보에 표시된 인터넷사이트로 자동접속, 더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이렇게 운용되는 형태가 대화형 TV다.

 또 멀티미디어방송은 방송되고 있는 TV 프로그램과 각종 부가정보가 영상·음향 및 각종 데이터를 포함한 멀티미디어형태로 함께 전달돼 TV 한 화면에 디스플레이되고 시청자는 다양한 정보를 선택해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꿈의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1∼2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데이터서비스는 프로그램 제작이 어렵고 수많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지상파 TV방송과 디지털 위성방송이 올해말부터 실시되지만 데이터서비스는 내년부터 일부 도입될 예정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