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은 m세대 CEO들이 이끈다.”
40대 이상 어른들의 고정된 생각으로는 지하철 한편에 쭈그리고 앉아 엄지손가락을 쉴새없이 움직이며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모티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누르기 어려운 버튼, 좁고 답답한 화면, 그 속에서 과연 무슨 재미를 느끼지.”
특히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대중공간에서 게임을 즐기는 세대들을 보며 혀를 차는 중년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동전화와 PDA를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움직이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티즌에게 모바일 게임은 나만의 게임방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바일 게임 산업은 기존의 쟁쟁한 게임업계 대부들이 아니라 m세대를 자처하는 20대들이 이끌어나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선두 주자인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27)이 그 대표적인 인물. 지난 99년 8월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그녀는 20대 모티즌으로서의 감각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다수의 게임을 히트치며 모바일 게임업계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네트워크 및 시스템 환경에서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m세대들이 주 사용층이라는 점에서 이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기발한 생각을 게임 속에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성공의 키포인트입니다.”
‘춘추 열국지’ ‘세인트페노아’ ‘연인’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고 있는 박 사장은 지금까지 약 80여종에 달하는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등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는 ‘라스트워리어’ ‘팽귄크래프트’ ‘2002 월드컵’ 등을 잇따라 히트시킨 게임빌 송병준 사장(26)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대 감각에 맞는 게임은 신세대가 만들겠다’는 각오로 송 사장을 비롯한 서울대 공대 출신의 게임광들이 모여 설립된 게임빌은 직원 평균 연령이 24세일 만큼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회사다.
송 사장은 “자기만의 것을 갖고 싶어하면서 변덕스러울 정도로 고정된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의 특성을 볼 때 모바일 게임은 m세대들의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투스와 게임빌의 뒤를 이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m세대 CEO로는 포켓스페이스의 김도식 사장(27)과 이매그넷의 권선주 사장(23)이 있다.
이들은 모바일 게임 최초의 그래픽 야구게임인 ‘포켓프로야구’와 개미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인 ‘앤츠’를 각각 히트시키며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고려대 미술교육학과를 다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지난해 7월 이매그넷을 창업한 권선주 사장은 첫 작품인 ‘앤츠’를 내놓자마자 017, 019 등에서 모바일 게임분야 1위에 오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주인공이다.
사이버 애완동물을 키우는 육성게임의 요소에 전략 시뮬레이션 요소를 가미했고 게임의 진행이 빠를 뿐 아니라 귀여우면서도 다소 촌스러운 개미 캐릭터를 등장시킨 ‘앤츠’는 가장 m세대다운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사장을 포함해 직원의 대부분이 20대인 이들 회사는 사내 문화도 독특하다. 컴투스의 경우 회식이 끝나면 PC방에 가서 즉석 게임대회를 열기도 한다.
특히 이매그넷의 회의 문화는 독특하다. 일명 ‘스낵타임’이라고 불리는 회의 시간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와서 회의를 진행하며 굳이 자리에 앉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한다. 한마디로 ‘스낵타임’은 회의 목적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격식이나 제약이 없는 셈이다.
‘무엇이든 재미있어야 한다’는 신세대 집단다운 기업문화나 이같은 ‘움직이는 회의’가 모바일 게임의 수작을 만들어 내는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