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다크사이드>`독버섯` 콘텐츠에 사회가 멍든다

 어디에나 빛이 있으면 그 뒷면에는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디지털콘텐츠가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저편에 성인인터넷방송, 불건전한 채팅사이트, 자살사이트, 폭탄제조사이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림자들이 독버섯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인터넷채팅사이트에 윤락알선 전문 보도방을 차려놓고 윤락을 알선한 혐의로 김모씨(22·무직)를 불구속입건, 달아난 주범 정모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경찰은 정씨 등의 소개로 만난 남자손님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해온 김모씨(21·여·학원생)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달 20일부터 모 인터넷채팅사이트에 ‘미녀 보내드립니다’라는 이름의 대화방을 개설해 이곳을 접속하는 남자손님들에게 1시간 25만원, 2시간 37만원 상당의 화대를 받고 김씨 등을 보내 윤락을 알선했다고 한다.

 이에앞서 지난 6월 인천 흥사단은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천 흥사단이 중고교생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유해사이트 실태조사 결과 남자 중학생 70%, 남자 고교생은 85%가 음란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80%가 엽기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있으며 중학생은 5%, 고교생은 7.5%가 자살사이트에 들어가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학생 12%, 여학생 5%가 성매매사이트 접속을 경험했으며 폭력사이트에 접속한 여고생도 7.5%에 이르고 있어 학원폭력문제가 남학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 지난 5월에는 충남 태안에서 인터넷자살사이트에 자주 접속해 오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녀 3명이 동반 음독자살을 기도, 이 중 2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 2월 서울지법은 인터넷성인방송국을 개설, 음란 동영상을 내보낸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이 구형된 모TV 대표 고모 피고인(30)에 대해 청소년보호법 위반죄 등을 적용,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에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고씨는 지난해 7월부터 가입자들로부터 회비를 받고 자신이 설립한 인터넷 성인방송채널에 10대 인터넷자키로 고용, 상반신을 드러내고 자위행위를 하게 하는 등 외설적인 동영상을 내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지식과 정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됐던 첨단 콘텐츠들이 이처럼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어두운 그림자는 어쩌면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려면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일 수도 있다.

 과거 비디오테이프가 처음 나왔을 때 이 매체의 보급에 가장 혁혁한 공헌을 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음란물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음란물이 판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비디오는 수십년간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보고싶은 옛 명화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었는가 하면 교육과 레저를 대신해 주었고 간직하고픈 추억들은 카메라에 담아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처럼 모든 문명에는 빛과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어두운 그림자를 좀더 줄이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디지털콘텐츠는 분명 우리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로 기록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법적인 규제와 제도적인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디지털콘텐츠를 창조하고 유통하는 기업주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2월 성인방송국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한국인터넷방송협회 성인채널위원회 소속 회원사들은 자율 정화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초기화면에 회사 로고 외의 선정적 내용을 게시하지 않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성인채널 회원사들은 이 결의문에서 청소년 시청을 막기 위해 둘러보기와 무료회원의 가입을 삭제하고 회원의 성인여부 확인을 위해 성인인증제도를 실시하는 한편 신용카드로만 결제토록 해 청소년의 성인채널 인터넷 출입을 원천차단키로 한 것.

 회원사들은 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지침과 한국인터넷방송협회 산하 웹캐스팅 자율정화위원회의 규정을 준수, 건전한 성인문화 정착을 위한 콘텐츠로 거듭나기로 했다.

 이후 성인 인터넷방송은 음란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버리기 위해 성인정보 제공과 성인만화, 애로비디오의 VOD서비스 등 많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도 발생했다. 성인 인터넷방송을 단속한 결과 많은 성인방송국이 문을 닫게 되자 외국 사이트를 이용한 불법사이트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사이트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다 치밀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미성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약자인 미성년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장치가 하루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