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이 기존의 방송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으며 ‘포스트 IT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 방송은 방송사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송하는 것에 불과했다.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TV를 보는 시간에 서너 개의 채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정도의 ‘제한된 선택’뿐이었다.
그러나 디지털방송은 이러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꿔 버린다.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방송의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주체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다.
디지털방송으로 인해 위성과 케이블에서 수백 개의 채널이 등장하는가 하면 TV를 보면서 즉석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인터넷도 가능하게 된다. 과거 아날로그 방송에서도 부분적인 데이터방송은 가능했지만 내용이나 속도 면에서 디지털방송을 따라갈 수 없었다.
디지털 방송하면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을 구현하는 고선명(HD)화질이나 CD수준의 생생한 음향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들은 디지털방송의 겉모습일 뿐이다. 그 안에 내재돼 있는 데이터방송 기능은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정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꽉 차 있다. 이 데이터방송 기능이야말로 ‘바보상자’라고 불리던 TV를 ‘최첨단의 정보단말기’로 바꿔놓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단순히 TV의 색상이 화려해지고 음향이 향상된 것이라고 한다면 TV는 계속해서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끄러운 이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방송 기능이다.
디지털TV는 음성·영상외에 증권·교통·뉴스 등의 데이터도 제공할 수 있으며 PC 등 디지털화된 다른 통신미디어와 접속, 연계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TV에서 인터넷 검색, 전자상거래 등도 할 수 있다.
디지털TV를 보다가 여자 탤런트가 걸고 있는 목걸이가 예뻐 목걸이 부분을 클릭할 경우 곧바로 인터넷상에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고 자신이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방송전문가들은 디지털방송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HD화질과 깨끗한 디지털 음향에 매료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화질과 음향보다 데이터방송 기능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그동안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해 왔던 시청자가 TV 방송에 참여함으로써 시민 참여가 다양화·활성화돼 전자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되며 PC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TV를 통해 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정 정보화를 촉진, 국가정보화를 더욱 앞당기게 될 전망이다.
데이터방송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포스트 IT의 주역이 될 디지털방송을 위해 정부는 지난 97년 디지털방송 추진을 결정했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99년 디지털 지상파TV방송 종합계획이 마련됐다.
당시 디지털방송에 대해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조기에 방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과 좀더 시간을 두고 기술적인 발전 추이를 봐가며 안정적인 때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정부는 조기 방송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과거 컬러TV 시대에 선진국보다 10여년 이상 뒤짐으로써 TV산업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실려있었다.
디지털방송이 국가산업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디지털방송과 디지털TV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21세기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지난 98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TV방송에 들어갔으며 일본·독일·프랑스 등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TV를 똑똑한 정보 단말기로 만들어 줄 데이터방송은 지상파와 위성, 케이블 등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지상파의 경우 아날로그 데이터방송을 일부 시행한 적도 있지만 디지털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방송이 본격 실시되는 올해 말 이후에나 제대로 된 데이터방송이 구현될 전망이다.
위성방송은 올해 말 본방송에 들어가지만 데이터방송은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사업자 선정을 마쳤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지상파나 케이블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조기에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의 경우 내년부터 디지털화가 추진되기 때문에 데이터방송에 대한 준비는 미미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SO의 경우 올해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데이터방송의 경우 유선으로 지역과 밀착해 있는 케이블TV가 지상파나 위성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 보고 이 분야 서비스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