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다크사이드>(기고)숭실대 컴퓨터학부 신용태 교수

 ◆`클린 인터넷` 정착돼야 진정한 IT강국 건설

떠오르는 중국을 이끈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반대하는 보수파들에게 “방안이 더우면 창문을 열어야 하고,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해충도 들어오는 법”이라는 말로 개혁개방정책을 밀어부쳤다.

 그러나 오늘의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관료부패, 환경오염, 소수민족 분규, 개인간의 소득격차와 황금만능주의 등 중국식 사회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보인다.

 해충이라고 가볍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포악한 공룡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불건전 사이트의 급증이 중국 개혁개방정책에서의 해충쯤으로 치부되어온 면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전 국민의 반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동전화를 사용하며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이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우리의 인터넷환경에 대해 만족해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음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양적성장에 걸맞은 질적개선의 미비가 빚어낸 부조화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음란·폭력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거나 중개하고 있는, 이른바 유해사이트 10만곳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또 이 목록을 70여개 불건전 정보 차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기업들에 무상으로 제공한 바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2조 및 동시행령 제21조, 동법 제64조에 따르면 유해매체물의 경우 ‘19세 미만의 자는 이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음성·문자 또는 영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만약 정보가 유해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표시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물론 유해사이트의 선정기준에 대한 시비가 있을 수 있다. 또 인터넷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원론적 비판 등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가 주목하는 ‘IT강국’으로서 새로운 기술개발에 치중하지 못하고 음란물과 폭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IT강국’의 미래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우수한 신기술 개발, 완벽한 IT인프라 구축못지 않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수준 높은 인터넷문화의 정착에 대한 관심이다.

 완벽한 인프라와 우수한 기술이 오히려 음란물의 유통확산에 도움이 된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며 해충 정도로 치부되었던 것들이 포악한 공룡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인터넷, 곧 ‘클린 인터넷’이 만드는 건강한 사회가 우리의 희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용태(shin@comp.ssu.ac.kr)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전산학 박사

 미국 아이오대학교 및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교수 역임

 현재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