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IT비전>전자정부-호적 등·초본 집에서도 받아본다

 포스트 IT시대 정부의 모습은 고도화된 e솔루션을 기반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전자정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영상회의 실시 및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 그리고 기껏해야 전자조달시스템을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행정부의 고도화는 IT시대 이후에는 인터넷 기반의 전자정부 단일창구가 마련돼 최고 수준의 대국민서비스(G2C)와 기업활동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G2B)하는 일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행정업무 처리의 생산성 및 투명성이 극대화(G2G)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IT기술의 결정체인 전자정부가 구축되면 국민들은 주민등록 등본을 떼기 위해 일일이 동사무소를 찾을 필요가 없이 개인용 컴퓨터 앞에 앉아 비밀번호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또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각 학과의 특성을 상세하게 살펴보고 입학원서도 컴퓨터로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한다. 물론 합격 여부도 인터넷으로 회신받게 된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정보기술을 행정에 적극 도입·활용함으로써 구현되는 전자정부는 시간·공간적 제약의 극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포스트 IT시대의 산업 및 경제성장과 국민복지 증진을 실현하는 기반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02년까지 구축될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완벽한 행정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전자정부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까지 전자정부가 구축되면 G2C분야에서는 전자정부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사이버 단일창구가 구현돼 주소변경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원을 가정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주요 민원정보 DB의 관련기관간 공동활용 체제가 구축돼 정부기관의 주민등록 등·초본 및 사업자 등록증 등에 대한 제출요구가 전면 폐지된다. G2B분야에서는 정부와 기업간에 전자상거래방식이 도입돼 투명성이 극대화된다.

 모든 공공기관들이 구매결정에서 입찰, 대금지불까지 조달 전과정을 전자적으로 처리하게 될 뿐 아니라 조달관련 온라인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단일창구가 구축된다.  

 G2G분야는 인사·재정·교육 등 국가 핵심업무의 정보화기반이 완성돼 전자결재 및 문서유통으로 종이없는 행정이 실현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모든 행정과정을 전산화하면 최소한 20% 이상의 일손을 절감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환산하기 어려운 효과까지 포함시킨다면 전자정부 구축을 통한 행정업무의 고도화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예컨대 e메일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행정정보 요청 답신이 20여장짜리 종이문서여서 정부에서 보낸 팩스회신을 다시 전자문서화해 이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트라넷을 통해 앉은 자리에서 결재사안을 처리하고 이를 관계부처에 전송하는 발빠른 행정부와 그렇지 않은 쪽의 경쟁력 차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100건 내외의 인가서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후 정부가 규제완화를 선언하고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줄인다고 부산하게 움직인게 불과 몇년 전이다.

 하지만 완벽한 전자정부가 구현되는 포스트 IT시대에는 더이상 이같은 일이 시시비비의 대상이 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행정비용의 감축은 물론 공무원의 추가채용까지 줄일 수 있게 돼 업무 효율성이 높은 작은 정부의 실현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이 전자정부의 등장으로 국민들은 마치 유리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보듯이 정부의 행정정보를 제공받고 서비스 내용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여 행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불신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전자정부 구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정부 각 부처의 움직임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 행정정보의 공유 및 지식기반 구축, 국민과 상호대화를 통한 열린정부 구축 등으로 요약된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의 전자정부 선언에 따른 추진계획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e산자부는 대외비 등의 문서를 제외한 모든 결재와 보고문서를 전자결재와 전자보고를 통해서만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전자정부의 공통적인 목표를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자는 개념을 읽을 수 있다. 종이서류를 통해 이뤄지는 업무를 전자문서처리방식으로 해결해 시간절약 등의 효율성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는 부처내에 행정정보 데이터베이스시스템 구축을 통한 정보의 공유 및 지식기반을 구축하자는 데로 모아진다.

 수많은 데이터를 전자문서화·자료화하면 복잡한 서류더미는 없어지고 네트워크를 통한 문서·자료의 접근성과 호환성은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축되는 시스템은 국민과 정부 관리간의 정보지식 공유는 물론 공무원간 정보 및 의견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전자정부 구현을 소리높여 말하는 부처들은 여기에 덧붙여 사이버공간에서나마 국민과의 대화 등을 통한 열린정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혁명을 기반으로 시작된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대적 대세로 굳어졌으며 포스트 IT시대에 필요한 행정업무 고도화를 실현시켜 줄 유일한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IT시대에 걸맞은 ‘작지만 효율적인 그리고 경쟁력 있는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조직과 업무처리 과정을 재설계하는 ‘리엔지니어링’이 선행돼야 한다.

 즉 산업사회형 조직구조와 업무처리방식을 정보사회형 구조 및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혁신적인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혁신을 수반하지 않는 전자정부 구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신속한 정보의 빠른 처리와 전달이 가능해지더라도 이에 부응하는 조직구조와 과정의 혁신 없이는 정보지체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서는 정부조직과 업무처리 과정에 대한 리엔지니어링 못지않게 정보기반시설의 확대가 필요하다.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고성능 컴퓨터를 갖고 있더라도 방방곡곡에 인터넷망이 깔려 있지 않다면 전자정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문제는 사람으로 귀결된다.

 모든 정보화의 과정이 그렇듯이 전자정부의 실현도 정부관리들이 서류뭉치를 버리고 전자정부 구축에 적극 참여할 때 비로소 보다 작은 정부, 보다 투명한 정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민 개개인 모두가 정보화마인드 확산운동에 동참, 전자정부의 필요성 및 효율성을 이해하고 새롭게 펼쳐질 포스트 IT시대의 행정업무 고도화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아직은 IT혁명의 초입기에 불과한 2001년 가을, 벌써 포스트 IT시대를 논의하고 그 이후의 고도화된 전자정부의 모습을 그려본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속돼온 제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IT산업 중심으로 전환됐듯이 언젠가는 IT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중심의 패러다임이 등장, 포스트 IT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포스트 IT시대의 정부는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의 그 어떤 분야보다도 가장 IT기술을 많이 수용한 ‘완벽한 전자정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포스트 IT시대를 이끌어 나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