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이 넘치다 못해 범람하고 있다. 음란물 중독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는 어린이 포르노사이트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변태 성관계자들을 중개하는 이른바 SM사이트까지 등장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뜩이나 왜곡된 성문화를 더욱 뒤틀리게 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대표 손봉호)은 최근 열흘 동안 국내외 커뮤니티, 검색포털사이트 122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94개의 사이트가 검색엔진이나 배너광고를 통해 성인정보사이트와 링크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부는 물론 중고등학생과 어린이들도 손쉽게 방문하는 정보사이트가 음란물사이트를 연계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음란사이트나 해당 주소를 몰라도 자연스럽게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더욱이 1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D커뮤니티사이트에 ‘성인’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성인만화사이트 5만개에 연결할 수 있는 배너광고가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성인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성인 인증을 받도록 하는 절차가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태 성문화를 여과없이 내보내는 SM사이트는 성가학증(새디즘), 성피학증(마조히즘)을 다루고 있어 충격이다.
가끔 외국 포르노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런 내용들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성인은 SM사이트를 통해 사리분별이 미흡한 청소년을 꾀어 매춘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채팅을 통해 만난 여고생들과 변태적 성행위를 하다 적발된 서모씨(23)는 사이트에서 본 대로 직접 해보자며 여고생들을 꾀어낸 뒤 가죽허리띠로 자신을 때려달라고 요구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양대 심영희 교수(사회학)팀이 최근 10∼30대 인터넷 이용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는 ‘사이버 성중독이 사회근간을 흔들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네티즌 7명 가운데 1명은 ‘사이버에서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12%는 ‘온라인 섹스파트너를 찾고 싶어진다’고 응답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사이트들의 범람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닷컴기업 가운데 돈벌이가 되는 분야로 음란물이 가장 유망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5월부터 성인물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포털사이트 심마니에 지난 3개월간 돈을 내고 성인물에 접촉한 이용객은 무려 10만명에 이를 정도다.
월 매출 1억원으로 이제 시작 단계지만 월 4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실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코리아닷컴, 드림엑스 등이 성인채널을 개시한 데 이어 다음, 라이코스 등 주요 포털업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그래도 포털업체들은 회원관리나 내용물에 있어서 적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
단속을 할 수 없는 수십만개의 포르노사이트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음란물에 빠지면 성문화를 왜곡시키기도 하지만 개인을 황폐화시키고 가정불화를 초래한다는 데 심각성이 더욱 크다.
부부 중 한사람이 음란물에 중독될 경우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 김현수 소장은 “음란물 등 인터넷에 빠지는 현상은 알코올 중독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병”이라며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현실에서의 좌절이나 외로움 등이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에서 음란물 범람을 방지해야 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한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모니터요원들의 감시로 이들 사이트를 폐쇄해도 형사처벌이 뒤따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음란물을 강력해 단속할 수 있는 관련 법·제도 마련이 조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람하는 인터넷 음란물 대책마련은 비단 국내 상황만은 아니다 해외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은 음란물등급제를 시행하는 등 자율규제를 유도하고있다. 영국은 정부산하 별도기관(IWF)을 설치해 유해 사이트 차단을 전담케 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정부가 음란물 접속을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이른바 ‘필터링서비스’를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다.
호주는 등급제와 함께 사업자윤리강력을 시행하는 동시에 법적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 및 민간기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의 주의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제대 신경정신과 최영희 교수는 “인터넷은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쾌락이 주는 유혹에 끌릴 수 있다”며 “조금씩 줄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완전히 끊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