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디지털 콘텐츠의 혁명에 힘입어 깡통 수준에 가깝던 TV·비디오·오디오 등 가전제품들이 일정 수준의 지능을 갖춘 양방향성 디지털 가전제품으로 변모하고 있어 일상적인 가정생활에 커다란 변화을 몰고오고 있다.
특히 홈네트워크로 기기간에 데이터를 전송·제어하고 인터넷과도 연계되는 디지털 가전은 홈뱅킹·온라인쇼핑·건강·게임·교육·노래·주문형비디오(VOD)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디지털 홈을 인체로 가정하면 디지털 가전기기는 ‘장기’고, 홈네트워크는 사지를 움직이는 ‘신경’, 디지털 콘텐츠는 그런 사지와 신경세포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해주는 ‘혈액’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혈액이 부족하거나 오염되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홈의 콘텐츠 질이 저하되면 소비자들은 편리하고 자유로운 미래의 삶을 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눈덩이처럼 커가는 정보 욕구를 충족시킬 수도 없다.
이제껏 아날로그 시대의 소비자는 공급자가 만든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역할을 했으나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다양한 욕구와 소비 취향을 사이버공간에서 완벽하게 성취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집안에서 좀더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됐으며 엔씨소프트 등 디지털 콘텐츠제작업체들은 좀더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 가정에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이씨티로 등 디지털 콘텐츠서비스업체도 더욱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LG전자 등 디지털 단말기업체는 보다 우수한 콘텐츠를 담아내서 공급하기 위한 첨단제품의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다.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사이버공간을 통해 다양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영유, 새로운 삶의 가치를 영유하는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혁명의 요구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파트처럼 통신망을 깔기 용이한 구조의 집단주거 방식이 전체 주택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가입자가 지난 7월 말 현재 650만가구나 되는 등 주변환경이 가정을 디지털 콘텐츠 혁명의 발원지로 만들어주는 여건을 제공해준다.
게다가 똑똑한 아파트인 사이버아파트가 올들어 전국 곳곳에 들어섬에 따라 소비자들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공동체를 형성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우수한 디지털 콘텐츠를 원하기 시작했다.
실제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 현황’에 따르면 예비인증이 아닌 정식인증을 받은 사이버아파트가 올해부터 봇물처럼 쏟아지게 된다. 정부로부터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을 받은 사이버아파트는 지난 2월1일 현재 총 344개의 아파트단지에 이르렀고, 2개월후엔 5.2% 가량인 총 362개 단지가 정식인증을 받는 등 공인받은 사이버아파트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가입자가 증가 일로에 있고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을 받은 사이버아파트가 국내에 본격 등장했다는 것은 21세기 디지털 콘텐츠 문화가 가정 내에 뿌리내리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호업무 환경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교육·의료·VOD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집안에서 편리하게 받아보고 자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등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디지털 혁명이 일기 시작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사이버아파트단지 내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일대일 원격서비스 형태로 받아 자녀의 사교육비 절감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 정규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사이버유학’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엠비존닷 등 교육콘텐츠업체는 각각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의 온라인 경영학석사(MBA) 과정과 배링턴대의 온라인 학·석사 과정을 국내에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아카데미홀딩스와 유넥스트코리아 등이 버클리대와 컬럼비아대학의 콘텐츠·서비스를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또 애드림은 최근 미국 초등학교 및 국내 외국인학교의 커리큘럼과 미국 초등학력평가시험 등을 도입해 ‘조이앤스터디’라는 사이버국제학교를 개설하는 등 어린이용 교육과정을 들여왔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MBA 과정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조기유학 문제도 인터넷 학습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집안에서 노래방도 즐길 수 있다. 기존 업소에서 제공되는 노래방 서비스를 가정과 휴대폰 등에서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일례로 태진미디어는 최근 ’질러노래방’ 사이트에 접속해 질러노래방플레이어를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PC로 노래방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MP3파일로 만들어진 최신곡 반주음악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데다 MP3파일 안에 가사까지 포함돼 있어 노래방과 똑같은 서비스가 가능하고, 노래 파일이 CD음질과 같은 MP3이기 때문에 실제 악기로 옆에서 연주해주는 것과 같은 느낌를 준다.
영상저장매체도 아날로그테이프(VHS)에서 비디오콤팩트디스크(VCD)·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로 변해가는 등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고선명·고화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수 있다.
소비자들은 또 인터넷을 통해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과 건강문제를 손쉽게 상담하는 원격진료 상담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상담원들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 환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가까운 의료시설을 안내하며 의사와의 상담 및 진료 기록은 회원 DB에 저장하는 등 사이버주치의를 갖게 된다.
또 일반 전화모뎀보다 수백 배 빠른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즐기면서 아파트 관리에 수반되는 각종 시설물의 유지보수와 전기요금·관리비 등을 인터넷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세탁물과 음식물에 대한 정보를 각각 세탁기와 전자레인지에 내려받아 가사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외에도 인터넷쇼핑·홈뱅킹·관공서업무 등을 언제든지 편안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이 아파트단지 전용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커뮤니티를 구성해 생활필수품 등을 공동구매하고 인근 상가의 유용한 정보를 얻어 인터넷에서 상품 구매·예약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디지털 홈시대의 사이버공동체
우리 사회에 디지털 홈시대가 개막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이버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공통의 관심사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형성한 사이버커뮤니티는 인터넷에서 막강한 사이버소비자주권을 발휘해 그야말로 디지털 콘텐츠 관련 기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체는 개인이 아닌 동질성이 높은 사이버커뮤니티를 고객 단위로 설정하는 전략이 가능해 마케팅 비용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고, 회원제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의 경우 회원 자료를 이용한 수익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체는 회원수 확보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사이버커뮤니티 이탈을 방지하고 진입 장벽을 높이는 고객 고착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등 충성도가 높은 사이버커뮤니티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의 구성원이 전체 활동의 80%를 차지하는 ‘20대 80’ 원칙이 사이버커뮤니티에도 그대로 적용돼 사이버커뮤니티 성패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20%의 핵심 참여자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시키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업체는 이의 일환으로 사이버커뮤니티를 대표할 만한 주도적인 회원을 육성·보유함으로써 일반회원의 충성도를 제고하고 기존 회원의 입을 통해 잠재 회원에게 사이버커뮤니티의 가치를 전달하는 판촉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사이버커뮤니티에 대한 평가기준을 양에서 질로 바꾸기 시작했다. 페이지뷰·회원수 등에 의한 평가는 구시대의 유물로 판단, 사이버커뮤니티를 살아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공동체의식을 보호하며 자발적으로 모든 일이 행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A사이트에서 B사이트로 갔다가 다시 A사이트로 돌아온 경우도 방문횟수로 간주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이에 대한 사이버커뮤니티 평가방법이 모호해 점차 신뢰를 잃고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