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IT시대를 향해 뛴다>대기업 전략(2)

 ◆LG화학

 화학은 전자·정보·기계·환경 등의 산업에 소재 및 제품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21세기 전략산업 발전에 기간이 되는 산업으로 꼽힌다. 이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우케미칼 등 다국적 기업들의 e트랜스포메이션이 한창이고 기업간(B2B)거래를 위한 e마켓플레이스 규모도 양적으로 다른 산업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통산업의 꼬리표를 정보기술(IT)의 확산과 심화를 통해 천천히 벗어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LG화학을 들 수 있다. LG화학은 최근 IT 및 e비즈니스 구현을 위해 올해부터 2005년까지 연간 800억원씩 약 4000억원을 투자해 e비즈니스 체제로 대전환하겠다는 e트랜스포메이션 계획을 확정했다.

 LG화학은 이미 지난 98년부터 1년여에 걸친 구매조직 통합작업을 통해 구매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등 본격적인 e비즈니스 도입 전 내부 다지기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다른 오프라인 기업들이 전략구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한 발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LG화학의 전자구매시스템은 지난 98년 10월 전사코드통합 전담팀으로부터 시작돼 99년 9월 전자입찰시스템, 2000년 통합구매시스템인 ‘오픈(Open Purchase Electronic Network)’으로 확장되며 지난 2년간 운영돼왔다. 통합구매시스템은 이 회사의 지난해 총 구매물량(2조원 상당) 중 60%를 소화해냈으며, 수개월 만에 전자구매를 통해 약 640억원의 구매비용 절감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됐다. 올해 절감액만도 약 470억원 가량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LG화학은 9월에 전자구매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키로 했다. 전사적 중장기구매비전 수립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내년 7월 가동을 목표로 구축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와의 연계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LG화학은 1단계 e비즈니스 전략인 채널확장은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올해부터 2단계 e비즈니스 전략 ‘밸류체인 통합작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4월 LGCI·LG생활건강·LG화학으로의 회사분할을 계기로 ERP구축, 외자·물류 아웃소싱 등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LG화학은 사내 전사업의 e비즈니스화와 사업간 통합 등 3, 4단계 e비즈 전략을 순차적으로 추진해 2005년까지 매출 8조원, 경상이익 8000억원의 초우량 기업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SK(주)

 국내 정유업계가 앞으로 4, 5년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될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본격화, 복수풀제 시행, 수입유 유입 등 구조적 변혁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이 뜨겁다. 정유 업계 전체적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설비고도화, e비즈니스로 돌파구를 삼고 있다.

 이에 SK(주)도 마케팅 컴퍼니, R&D분야 및 핵심역량/무형자산활용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기업, 글로벌 기업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룹 차원에서 텔레콤과 SK(주)를 축으로 기존사업을 발전시키면서 정보통신과 생명과학 분야로 점차 무게를 실어가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가기로 한 전략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는 석유 정제로 먹고 살던 시대를 끝내고 생명과학·정밀화학·신에너지·환경 분야의 핵심기술 확보를 추진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의 심화와 확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

 SK(주)는 특히 축적된 기술력, 브랜드 이미지, 고객 DB, 전국적 네트워크를 4대 무형자산으로 꼽고 이를 활용한 각종 신규사업 아이템을 적극 발굴하는 노력과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사업모델을 추구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 SK(주)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인터넷 사업을 적극 내세워 시너지 효과를 가장 뚜렷하게 본 기업으로 꼽힌다. ‘고객’에서 ‘세계’가 OK할 때까지라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슬로건을 최근 내놓은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다.

 SK(주)의 대표적인 e비즈니스 사업은 OK캐쉬백 서비스다. 주유소의 충성도 높은 오프라인 고객을 기반으로 출발한 이 서비스는 현재 820만 엔크린 고객 및 1400만 011/017 고객의 DB를 활용한 인터넷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단순 콘텐츠의 제공뿐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에 걸쳐 있는 정유소를 기반으로 한 물류 시스템을 활용한 e비즈니스 정책 수립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이런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해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바로 내부 업무와 연동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ERP·DW·CRM 등 e비즈니스 인프라 갖추기에도 투자를 강화하고 나섰다.

 SK(주)는 지난 8월 LG정유·현대정유와 공동으로 오일체인닷컴을 개설하는 등 기업간거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밖에도 SK(주)를 주축으로 신약개발과 바이오벤처 등에 오는 2005년까지 1조원 가량을 집중 투자하는 등 생명과학 분야로의 진출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전통산업 중에서 e비즈니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부문이 자동차산업이다. 이는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확보와 생존력 강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처음 시도됐던 인수합병(M&A) 다음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경쟁력 강화수단으로 e비즈니스 방식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T커니가 발표한 ‘e-GM전략보고서’를 보더라도 GM은 e비즈니스를 놓치면 1위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현대-기아자동차도 이런 흐름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0년 세계 5대 메이커가 되기 위해 21세기의 전략적 방향을 ‘혁신을 통한 21세기 독자생존 및 번영’을 목표로 설정하고 △환경 친화 및 안전도 향상 △21세기 전략차종 및 히트카 개발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 △품질향상을 위한 전 임직원의 자발적 동참 △모든 부문에 투명성 강화 △생산성 제고와 원가절감 노력 지속적 추진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자동차는 e비즈니스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인터넷은 자동차의 모든 분야, 즉 부품조달·생산·판매·중고차판매·AS·고객관리에 관련돼 있다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우선 내부 업무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국내 부품업체 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공급망관리(SCM)를 확대해 납기일 단축 작업을 추진중이며, 자동차 부품 구매 효율을 높이기 위해 SCM 구축, 완성차 온라인 판매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e비즈니스 전략은 지난 2월에 발표된 e비즈니스 목표(to be)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 차원에서는 ERP패키지 솔루션 도입을 검토중이며, 지식관리시스템 구축을 10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B2C사업인 온라인 자동차 판매 외에도 텔레메틱스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며, B2B사업으로는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컨소시엄으로 운영하는 코비신트보다 거래가 활발한 자동차 부품 e마켓플레이스 독자운영과 MRO e마켓 컨소시엄 운영을 고려중이다.

 특히 사내 6시그마운동 정착과 더불어 오토에버닷컴과 B2B·B2C 온라인 사업을 연계함으로써 온오프라인 조달·판매망을 구축해 ‘전통 제조업의 성공신화’ 기반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대한항공 

 항공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보기술(IT)과 분리할 수 없는 전통산업이다. IT 지원 없이는 제대로 된 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템간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사들의 IT투자 비중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높다.

 대한항공은 IT 자체로서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 활용하는 e비즈니스를 2001년 중점 전략과제로 선정했다. 한진그룹 차원에서 전통수송산업과 IT산업을 접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솔루션을 제공, 완벽한 전문 물류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이를 위해 올 1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3개년 계획으로 총 2000억원을 투입, IT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1단계로 내부 업무 환경의 디지털화 및 기존 고객데이터 통합작업을 벌이고, 2단계는 글로벌 유통경로 구축을 위해 인터넷 예약 엔진, 다채널화, 전자상거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미 구축된 시스템의 고객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개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한항공은 특히 성공적인 e비즈니스를 위해 가동하고 있는 전사 프로그램 ‘SVC GRP’를 강조하고 있다. SVC GRP는 e비즈니스를 한 부서의 힘으로 단독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객실서비스·예약·발권·고객서비스·운항 등의 각 서비스 영역을 코디네이션할 수 있는 업무 협조 체제를 의미한다.

 또한 e비즈니스의 사업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난 99년과 2000년 여객 및 화물운송 관련 정보 및 기술 분야를 각각 분사시켜 설립한 토파스여행정보와 글로벌로지스틱사에도 관심이 높다. 차츰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고 그것이 바로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항공여객운송의 사이버 마케팅으로 인터넷 판매액이 2000년에는 23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2001년에는 전년도의 2.6배로 늘어난 6000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를 확대, 전화로 인터넷 사이트에 연결, 각종 항공정보가 확인 가능한 음성인터넷 서비스 및 세계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화물운송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왑 트래킹 인터넷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대한항공이 IT확산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준비하는 것 중 하나는 한진그룹 계열 각사별 진행돼 온 e비즈니스를 통합하는 것.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의 물류와 관련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국내 모든 e비즈니스의 효율성 제고와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