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봉 볼랜드코리아 사장
부제-하버드대에서 화계사까지
지은이-현각
펴낸곳-열림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우리는, 또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이렇게 바쁘게 살아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문해본다.
하지만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소리에 다시 본연의 일하는 모습으로 돌아가곤 한다.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을 연상하고 그에 대해 사고할 만큼 우리 삶은 대부분 여유롭지 못하다. 비록 근원적인 의문에서 시작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나설 만큼의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하지만 안정된 삶과 여유 있는 생활은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테마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만행’은 현각(본명 풀 뮌젠)이 진리의 도정을 어떻게 걸어왔는가에 대한 자서전이다.
미국 뉴저지주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파리·보스턴을 경유해 결국 한국의 절에서 수행하는 삶을 택하기까지 저자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가톨릭 환경에서 시작해 동서양 철학을 두루 거치면서 불교에 입문하고 스님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부분 인생이 추구하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낯선 땅, 낯선 나라에서 수행하는 저자의 삶이 한편 드라마틱하고 이상하게 보이기조차 한다.
하지만 모든이의 내면에는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과 이를 찾아나서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돼 있을 것이며 우리는 저자의 자서전적인 삶을 통해 내면 삶의 요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걷고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시장에 가는 모든 것,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듣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수행이며 만행이다.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모든 것이 바로 만행이다. 저자는 진리의 길에 들어서기 위한 방법으로 수행과 만행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침이면 다양하게 생긴 얼굴만큼이나 다른 모습으로 일터로 나오는 직원들을 대하게 된다. 또한 퇴근 무렵에는 또다른 모습으로 회사문을 나서며 제 갈 길로 향해가는 직원들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의 뒷모습은 활기차 보이기도 하고 축 처져 보이기도 하고 무덤덤해 보이기도 한다.
퇴근시간까지 못다한 고객과의 미팅을 갖든, 집에 가서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든 어떤 형태로든 그들의 직장에서의 삶 모든 순간이 바로 만행이었으면 하는 것이 한 회사를 이끄는 CEO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들이 삶을 영위하는 보람찬 터전으로서 일터로 여기고 자신이 책임진 울타리를 보호하고 성장시켜 나가길 원한다. 모든 이가 내면의 바탕에서 울려나오는 근원적인 행동들이 바로 만행이라고 인식하는 그런 일터이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