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워싱턴 등지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로 인해 할리우드 영화계와 방송계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1일 피랍 여객기를 이용한 무지막지한 동시다발 테러로 인해 오는 16일로 예정됐던 제53회 에미상 시상식이 당일 즉각 취소된 것은 물론, 영화 제작사들 역시 일부 영화들의 출시를 늦추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12일 성명을 통해 “어제의 비극적인 사건들과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폐사는 다음달 5일 출시 예정이던 정치 스릴러물 ‘컬래터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의 배급을 연기했으며 모든 옥외 및 방송, 신문 매체 등에 대한 영화 광고들도 모두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컬래터럴 데미지는 한 미국 영사관에 대한 테러범들의 폭탄 공격으로 부인과 자식을 잃게 되는 아널드 슈워제너거 주연 영화로 11일의 테러와 흡사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코미디물과 로맨스물의 전면적인 리콜도 이어지고 있다. 핵 장비를 공항보안당국을 통과해 기내로 운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코미디물로 다음주 출시 예정이던 팀 앨런 주연의 ‘빅 프로블럼렘’(디즈니)의 배급이 내년으로 연기됐으며 오는 21일부터 상영될 예정이던 에드워드 번즈와 히더 그레이엄 주연의 로맨스물인 ‘사이드워크 오브 뉴욕’(파라마운트) 역시 오는 11월말께로 상연일자가 늦춰졌다.
소니영화사도 11일 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사이에 펼쳐진 거미줄에 헬기가 걸리는 장면 등을 담은 ‘스파이더 맨’의 예고편을 리콜조치했다. TV 방송사들 역시 이번 테러로 프로그램을 재편성하고 있다. ABC방송은 세르비아의 한 테러리스트가 핵무기를 강탈해 뉴욕에서 폭파시키려는 내용의 ‘더 피스메이커’(97년작)의 15일 방영을 취소했으며 폭스방송 역시 외계인들이 뉴욕과 워싱턴, LA 등을 파괴시키는 ‘인디펜던스 데이’(96년작)의 16일 방영을 취소하는 대신 93년작 코미디물인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CBS는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한 테러리스트의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으로 이달 말 방영 예정인 ‘더 에이전시’의 예고편 방송을 연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