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로 일부 금융거래가 마비되면서 테러나 재난으로 인한 금융전산망에 대한 대비가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다. 이번 테러사태에서 볼 수 있듯 백업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을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전산망은 한국은행 부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은행과 증권, 보험부문의 금융전산화를 총괄감독하는 조직으로 은행들의 금융정보망, 외부전산망 등과의 접속에 관한 사항 등 금융기관의 정보화사업 전반에 걸쳐 중요사항에 대한 심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이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는 금융전산망으로는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공동망 △타행환공동망 △직불카드공동망 △자금관리서비스(CMS)공동망 △신용정보공동이용망 △지방은행공동정보망 등이 있다. 이 금융공동망이 세밀하게 얽히면서 금융대동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또 92년부터 국제은행간 자금결제를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통신시스템(SWIFT)과 무역자동화망, 경찰전산망 등 외부정보망을 금융공동망센터에 연결,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거대 금융네트워크는 화재나 침수, 단전, 테러 등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대책이 마련돼 있다. 모든 금융 거래데이터를 24시간 보관하는 풀백업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장애발생에 대비한 직원들의 예행연습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해킹에 대비, 이중삼중의 방어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테러사태와 같이 전산시스템 자체가 물리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원격지 백업시스템까지는 구축돼 있지 않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긴 하지만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현재 관계당국은 은행 공동망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분당에 은행금융공동망 원격백업센터 부지를 마련하고 데이터 원격백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