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디지털전자업계-"성수기에 웬 날벼락?"

 미국 심장부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테러사건으로 차세대 수출 주력품목으로 떠오른 디지털 전자제품 수출에 일대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요 디지털 전자업체들은 MP3플레이어와 DVD플레이어, 디지털 세트톱박스 등 그동안 해외시장에 전적으로 의지해온 제품의 수출이 이번 사태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MP3플레이어와 DVD플레이어 업체들은 성수기를 맞아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수출협상을 활발히 전개해야 할 시점에서 터진 이번 사태로 최대 수출지역인 미국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옙(YEPP) 관련 부서의 수출담당자는 “현지 유통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어 어느 정도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지난 몇개월 동안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미국 진출을 준비해온 몇몇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미국 진출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다른 지역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올들어 수출이 가장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DVD플레이어의 경우, 그동안 세계시장 확대를 주도해온 미국시장에서 이번 사태로 수요가 급감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가장 이른 시일 안에 20% 가까운 DVD플레이어 보급률을 보이고 있는 미국시장은 올해 전년보다 최소 50% 이상 증가한 1200만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성수기에 접어든 시점에 일어난 이번 사태로 수요감소가 예상돼 미국시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전자업체들은 서둘러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전망이다.

 현재 디지털 전자 분야 중 수출이 가장 활발한 디지털 세트톱박스 업체들은 주수출시장이 중동지역인 탓에 당장은 영향이 없지만 미국의 보복조치에 따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단정보통신 이용국 사장은 “세트톱박스용 미국산 부품의 경우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부품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며 “당장의 피해보다도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더 문제이므로 새로운 거래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디지털TV를 중심으로 북미 디지털 가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려던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이번 사태로 미국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을 것을 우려해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디지털 전자의 경우 생필품 또는 일반 가전과는 달리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며 “이번 미국 사태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