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테러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일까.
1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23.65포인트 상승한 499.25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약보합에 머무르며 급락세가 중단됐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유럽 등 해외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전날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추가급락에 대한 위험에서 일단 벗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미국이 향후 사건 처리과정에서 배후 테러세력을 조기에 색출하고 부시 행정부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응징이 이뤄질 경우 낙폭과대의 재료가 부각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태의 조기수습으로 제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제회생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태발생 이전보다 경기저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분도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 테러사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면 낙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걸프전이 일어난 지난 90년 8월 2일부터 9월 17일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8% 하락했으나 이후부터 10월 24일까지 40.7%나 급등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홍춘옥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유럽증시가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상품가격과 달러화가 안정을 찾고 있다”며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당초 예정했던 10월 이전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출 경우 지난 1월과 4월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시장이 추가급락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지수는 현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체력부족으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번 사태로 정보기술(IT)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 이번 폭락사태를 촉발시킨 미국의 테러사건의 배후세력 확인과 범인 인도과정이 순탄치 못하고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의 증폭으로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보성 신한증권 연구원은 “테러사태의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국내 증시를 억누르고 현대문제 등 자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IT주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소시장의 저가주에 몰리면서 코스닥시장으로 돈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 데다 IT업체들이 이번 사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거래소시장은 급락이라는 재료가 부각되며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코스닥시장은 갈수록 체력이 소진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IT업체들이 많아 추가하락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