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IT경쟁력 뿌리를 찾는다>활발한 외자유치

 *지구촌 최대시장 자부심 외국자본도 골라서 쓴다

베이징 북쪽 외각의 후이중베이리(惠鐘北理). 지금은 논과 밭이 끝없이 이어진 곳. 그러나 2008년 전세계인의 눈은 이곳에 집중된다. 2008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개막식이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이 건설되는 이곳은 아시아선수촌 단지의 북쪽 외각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지금의 아시아선수촌 단지도 허허벌판이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잇따른 유치로 베이징의 개발은 북으로 북으로 계속 번져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1213만㎡ 규모의 올림픽 단지인 올림픽 그린도 건설된다. 이미 그 모습이 일부 완성단계에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국토는 외국자본이 포장한다. 중국은 총 투자액 140억달러(약 18조2000억원)에 달하는 올림픽 경기장 건설공사를 국내외에 공개입찰한다. 물론 공개입찰 조건은 국내외 건설업체에 똑같이 적용된다.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총 32개 경기장 가운데 19개는 신축되고 나머지는 보수공사가 진행된다. 이미 선진 각국의 건설업체들은 침을 흘리며 이 어마어마한 공사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강남 정도로 비견되는 상하이 푸둥지구.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광활한 신개발구. 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이곳은 쏟아지는 화교자본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쩌민이 자신의 고향인 상하이, 그 가운데서도 푸둥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지금의 빌딩숲이 자리잡기 시작한 지는 6년도 채 안된다. 홍콩 반환을 기점으로 이동해올 외국자본들을 겨냥한 이 신개발지구는 마치 블랙홀처럼 외국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현재 100여개의 금융기관과 250여개 다국적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 8차선 대로를 중심으로 늘어선 수백개 고층건물. 이곳은 2∼3년 후에는 지금의 배가 넘는 첨단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다. 문을 열고 있으면 전화통화조차 수월찮은 공사장 소음은 이곳에 입주한 기업인들에게는 인프라이자 시장을 만드는 활력이다. 지난해까지 이 지역에는 70여개국 7000여개 기업이 400억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포항제철이 1억5000만달러를 들여 34층짜리 첨단 디자인의 빌딩을 건설하는 등 우리기업의 출정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컨테이너 항만인 상하이항. 올려지고 실리고 빠져나가는 컨테이너의 흐름은 우리 9시 뉴스에서 수출호조를 표현하는 자료화면으로 사용되는 영상을 연상케 한다. 중국은 물류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하이 앞바다의 섬들을 이용해 동북아 최대 컨테이너 항구를 만들고 이 항만과 35㎞의 도로·철도 겸용 도로를 만든다. 상하이항의 물동량은 매년 40% 정도씩 늘어난다. 이곳 관계자는 향후 시설확장이 불가피하다며 이미 확장을 전제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한다. 상하이의 신공항인 푸둥 공항, 홍차이 공항과 함께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이 상하이 제2공항은 일본 간사이 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과 함께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이밖에도 중국 각지에서는 미흡한 물류망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지원 공사가 한창이다.

 푸둥신구와 인접한 이 공항은 푸둥신구의 첨단산업과 더불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외국자본에 미소를 보내고 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어정쩡한 중국의 모습은 외국투자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세계 자본이 중국을 향해 뜀박질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중국의 물류·건물 인프라, 그리고 세계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잠재 소비력이다. 올 7월 현재 중국의 외국인 투자기업은 모두 37만8000개로 총 투자금액만도 7000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외형상의 성장세와 인프라 못지않게 중국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90년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94년 4월 외환교역센터, 96년 1월 단기자금시장을 열었다. 특히 중국정부는 홍콩을 외자조달창구와 국제금융기지로 활용하면서 상하이를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부의 금융조달창구로, 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벤처캐피털의 환경정비를 위한 노력도 무르익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판 코스닥인 차스닥이다. “차스닥 오픈은 다소 미뤄질 겁니다. 최근 관영언론에서 차스닥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나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상하이에 진출한 우리나라 주요 증권사 간부가 보는 차스닥 전망이다. 물론 차스닥은 여건상 다소 미뤄질지도 모르지만 자금유입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외국기업의 직접투자가 연간 500억달러에 달할 것입니다. 이미 중국은 96년 이래 매년 40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제무역연구원 정즈하이 원장의 말이다.

 중국 국무원 대외무역경제협력부는 최근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률과 정책 등을 한층 더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기업이 투자한 회사에 대한 차별적인 세금부과 등이 근절되고 국내 업체에 대한 각종 보호정책이 폐지돼 공개적이고 투명한 경쟁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와 다릅니다. 이제 외국자본과 국내기업간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분야와 지역을 정하고 계획에 따라 자본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KTB네트워크 중국지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은 이제 더이상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 외자유치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선진기술과 현대화된 경영관리,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첨단기술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중국의 전략에는 WTO 가입 이후에는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는 조바심이 깔려있다. 사실 이점이 중국의 고민이다. WTO 가입 이후에는 입맛에 맞는 자본만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중국은 다소 여유있는 모습으로 외국투자자본에 손짓만 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가진 광대한 시장이라는 자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통신장비 등 첨단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세금감면과 외국인 입맛에 맞는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서부지역으로 외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지만 세계경기가 위축된 마당에도 이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외자유치 부분에 대한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 신식사업부 국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윈윈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국가간 협력관계 아닙니까. 우리는 시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에는 기술과 자금이 있지요.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한번 투자된 돈이 수익을 낳고 그 수익이 다시 투자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인터뷰:베이징벤처캐피털협회 니우진밍(牛近明) 부이사장 

 “코스닥은 우리 중국에 많은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차스닥 개장을 앞두고 정부는 물론 일선의 벤처캐피털들도 한국과 한국 코스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니우진밍 부이사장은 아직 코스닥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참고하고 있다며 운을 뗀다. 특히 그는 한국의 IMF는 중국에 큰 교훈이라고 말한다.

 “중국정부는 외국인투자와 증시개장 등 중국경제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하려 하고 있습니다. 새 자본시장이 개방되면 아무리 조심해도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 돌출할테니까요.”

 니우 부이사장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투자자들과 투자를 받는 중국 기업가간에 작은 오해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해는 주로 투자체제, 법적 문제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이해부족이 원인입니다. 중국은 아직 벤처자본시장이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베이징벤처캐피털협회는 한국벤처캐피털협회와도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그만큼 니우 부이사장은 한국에 대한 이해도 깊다. 그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지금이 적기라고 말한다.

 “중국은 WTO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가입 후에는 중국의 경제환경이 안정될 것이고 외국인 투자는 급격히 밀려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의 투자조건은 지금과 상당히 다를 것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중국정부는 최근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도 중국 주식시장 상장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물론 외국자본이 100% 출자한 기업에 대해 상장은 인정하되 출자비율이 상장 후에도 25%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방어조항도 마련한다.

 외국자본의 급속한 유입이 중국경제의 근간을 흔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니우 부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은 겉모양은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충격완화장치를 마련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서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그릇은 매우 큽니다. 쉽게 달궈지지도 쉽게 식지도 않지요.”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