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 네트워크 연결/라이프 스타일 e홈시대 성큼
디지털혁명이 가정과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망이 집집마다 깔리고 모든 가전제품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디지털 정보가전이 속속 등장하면서 바야흐로 e홈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가전제품의 네트워크화는 가전시장에 일대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전이 몰려온다=가정에서 사용하는 TV·오디오·VCR·냉장고·세탁기 등 기존 제품들에 컴퓨터 및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 가전제품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정보가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는 세계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규모가 오는 2005년까지 3600억달러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 확산의 바탕이 되는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 수가 6월말 현재 700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가전은 빠른 속도로 가전시장을 잠식하고 이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가전은 설자리를 잃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으로는 디지털TV를 비롯, DVD플레이어·MP3플레이어·인터넷냉장고·인터넷세탁기·웹스크린폰·차세대 게임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디지털 정보가전의 특징 중 하나는 컴퓨터 없이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홈네트워킹을 기반으로 모든 가전제품이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아날로그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정보가전은 이동전화단말기 등으로 원격제어할 수 있는 홈시큐리티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초고속인터넷과 연결돼 영화·음악·부가정보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단일기기로만 사용돼온 가전제품이 이제는 컴퓨터 못지않은 정보사회의 핵심기기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80, 90년대 휴대형 카세트인 소니의 워크맨으로 집 안팎에서 음악을 감상하던 전세계 청소년들이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디지털 휴대형 오디오인 MP3플레이어에 열광하고 있다. 요즘에는 1세대 디지털 오디오인 CD플레이어와 MP3플레이어를 결합시킨 MP3 CD플레이어가 빠른 속도로 젊은층에 전파되고 있다.
향후 1, 2년 후엔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휴대형 동영상플레이어가 대중화돼 눈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의 등장도 신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민을 간 친구에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파일로 저장해 인터넷을 통해 바로 전송하고 디지털캠코더로 촬영한 생생한 동영상을 PC로 편집해 디지털 동영상 앨범을 만드는 신세대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주부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외출중에 인터넷을 통해 요리정보를 얻어 인터넷 전자레인지로 요리를 하거나 원격으로 인터넷 세탁기를 작동시켜 빨래를 세탁하는 등 디지털 가전제품의 도움을 받아 가사노동의 효율성을 꾀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로 TV와 멀어졌던 남편들도 머지않아 양방향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하면 정해진 방송시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뉴스·스포츠·바둑 등 프로그램을 마음껏 시청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가전이 기존의 아날로그 가전제품을 제치고 안방과 거실, 부엌에 하나둘 늘어나면서 온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변해가고 있다.
◇생활 속의 디지털 가전=디지털 가전의 대중화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가전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디지털TV다. 디지털TV 보급률이 높아지면 다른 디지털 관련 제품의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가전의 대중화는 바로 디지털TV의 보급확산에 달려 있는 셈이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국내 가전 3사를 비롯, 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이 디지털TV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 가전 3사는 일명 벽걸이TV로 불리는 PDP TV를 비롯, 대화면 프로젝션TV와 브라운관 방식의 HDTV 등 첨단 디지털TV를 전면에 내세워 디지털 제품의 수요 진작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초박형 TV로는 PDP TV를 꼽는다. 특히 PDP TV는 두께가 얇고 대형화가 용이해 차세대 디지털TV 시장의 간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PDP TV의 가장 큰 특징은 두께가 10㎝ 안팎으로 얇고 가볍다는 점이다. 실제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가 개발한 PDP TV의 경우 이미 10㎝의 벽을 넘어 7.8∼8.3㎝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간에 구애없이 어디든 놓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PDP TV로는 LG전자가 출시한 60인치와 40인치 제품을 비롯, 삼성전자가 9월 1일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간 63인치·50인치·42인치 제품, 대우전자의 42인치 제품 등 가전 3사 제품과 후지쯔·NEC·파이어니어 등 수입업체들이 공급하는 42인치와 50인치 제품이 있다.
하지만 PDP TV는 값이 워낙 비싸 당분간 고소득층으로 수요가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G전자를 필두로 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수입업체들이 특별소비세 인하를 계기로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다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 초기에는 기존 아날로그 제품과 가격격차를 줄인 완전평면 브라운관을 채택한 32인치 보급형 HDTV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가장 먼저 32인치 와이드 방식의 보급형 HDTV ‘써머스’를 출시, 판매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올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보급형 HDTV를 출시하고 디지털TV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들어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DVD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 가전제품 수요는 큰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생필품으로 자리잡아 다른 품목에 비해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업체들이 디지털 가전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가전의 보급확산을 통해 불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아래 디지털TV를 중심으로 디지털 가전사업에 핵심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디지털 가전의 미래=디지털 가전은 우리나라가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매우 유망한 분야다.
특히 디지털 가전 분야는 반도체·방송·가전·소프트웨어·부품·콘텐츠 등 전자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시장 선점은 곧 미래 전자산업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진다.
미래사회에는 가전·컴퓨터·통신·방송기술이 융합돼 디지털화·네트워크화·지능화 등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등장할 것이다.
기존 가전제품에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술은 물론 인간공학과 첨단 디자인까지 접목한 이른바 ‘미래가전’이 그것이다.
즉 디지털시대를 맞아 인터넷·블루투스·모바일 기술이 결합한 미래형 디지털 정보가전이 속속 등장, 기존 가전의 대명사로 불리던 냉장고·세탁기 등 아날로그 백색가전과 AV가전을 밀어내고 주력 제품군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처럼 가전분야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와 필립스·파나소닉·소니 등 해외 유수 가전업체들은 미래형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홈네트워크와 디자인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등 불꽃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래형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은 오는 2004년쯤 본궤도에 올라 홈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게이트웨이(34억달러)와 인터넷 냉장고·디지털TV 등 디지털 가전제품을 포함한 세계시장 규모만도 379억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래형 디지털 정보가전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정보와 지식, 아이디어를 구매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몇 년 후면 디지털 가전이라는 말도 차츰 잊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가 아날로그 가전제품을 그냥 가전제품이라고 일컫은 것처럼 디지털세상에서 굳이 디지털 가전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가전 세상 직접 느껴 보세요.
디지털 정보가전이 몰고 올 미래 가정은 과연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LG전자는 올 초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홈네트워크 전문전시장 ‘LG드림넷’을 마련, 일반인들의 미래 가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LG드림넷은 일반 주택의 모양을 갖춘 85평 규모에 인터넷 디오스 냉장고·인터넷 터보드럼 세탁기 등 인터넷 기능이 복합된 백색가전과 디지털TV·DVD플레이어로 구성한 홈시어터시스템 등 첨단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을 총동원해 e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전자는 또 홈네트워크 시장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홈네트워크 전문 정보사이트인 ‘LG홈넷(http://www.lghomenet.co.kr)’을 최근 오픈했다. LG홈넷은 홈네트워크 소개 및 동향, LG홈네트워크 제품, 가상공간, 홈네트워크 클럽 등의 콘텐츠로 구성돼 있어 사전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도 홈네트워크의 모든 것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삼성전자도 용인 에버랜드내 일종의 디지털 체험관인 디지털 어드벤처를 개관한 데 이어 삼성본관(서울 태평로) 1층 로비에 디지털TV·TFT LCD모니터·CDMA단말기 등 디지털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100평 규모의 디지털 갤러리를 개관, 일반인들에게 첨단 디지털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내 마련한 디지털 쇼룸과 디지털 세상 등의 사이버 전시를 통해 코 앞으로 다가온 미래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소니·마쓰시타 등 해외 가전업체들도 홈네트워크가 구축된 미래 가정의 모습을 전시관과 사이버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마쓰시타는 e홈 전시장을 실제로 구축하고 이곳을 자사의 홈페이지내 e힐하우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