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C&C분야-컴퓨터·SW업체(1)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

 아시아위크 선정 신경제 리더 25명 중 한명, 코스닥에 입성한 첫 여성 CEO, 내로라하는 국내 갑부 중 하나, 사단법인 ‘아이들과 미래’ 이사.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37·http://www.virtualtek.co.kr)을 나타내는 단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지현 사장과 잘 어울리는 말이라면 ‘톡톡 튀는 여장부’가 아닐까.

 서 사장은 항상 시원시원하다. 막히거나 우물쭈물하지 않는다.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형이다. 그래서인지 규율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스쿼시, 수영, 골프, 래프팅까지 만능 스포츠맨이다.

 서 사장의 평소 신념은 ‘잘 놀아야 일도 잘 한다’는 것. 때문에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놀 줄 알아요?’는 그녀의 단골 질문으로 통한다.

 일을 저지르는 데도 명사수다. 연세대 전산학과 1기(83학번)인 서 사장은 학생운동이 거세던 대학교 3학년 가을축제때 ‘컴퓨터 미팅’ 행사를 기획, 한바탕 소란을 치르기도 했다. 운동권 학생들의 반대로 행사는 취소됐지만 소지품을 골라 파트너를 정하던 미팅이 성행하던 당시, 각자의 자료를 입력해서 짝을 찾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당시 프로그램 개발은 그녀의 운명까지도 바꿔 놓았다. 모두들 대기업으로 몰려갈 때 서 사장은 학교에 남아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고, 91년 9월 아이오시스템(버추얼텍의 전신)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홍익대 부근에 반지하 작업실을 임대한 서 사장은 ‘하청의 하청’을 받아 회계 재고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흔치 않던 시절, 서 사장의 확실한 능력은 대기업으로부터도 인정받게 돼 현대자동차, 한국통신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까지 프로그램을 납품하게 됐다.

 94년 현재의 버추얼텍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서 사장은 제2의 변신을 하게 된다. 제품개발보다는 전문 경영인으로 탈바꿈한 것. IMF가 몰아친 시기에는 해외개척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때마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해외투자유치 파견단이 가동되자 서 사장은 미국·영국을 휘첫고 다니며 인트라넷 그룹웨어 솔루션인 ‘조이데스크(인트라웍스의 영문버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미국 지사 설립을 계기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버추얼텍은 지금은 ‘해외에 진출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꼽히고 있다.

 이쯤에서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같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오기까지 여성의 몸으로 감수해야 했던 어려움은 얼마나 컸을까. 이에 대해 서지현 사장은 한 마디로 “없었어요”라고 대꾸한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죠. 하지만 남녀의 문제보다는 성격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봐요. 여자라고 해서 무시하는 사장은 저 역시도 무시해 버리죠.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남성이니, 여성이니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서 사장은 항상 개인의 자질과 특질, 성격으로 사람을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항목이라면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 인맥관리가 아닌가 싶어요. 저 역시도 사업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다진 기술력과 교우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추켜세우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라는 서지현 사장. 그래서 요즘 서 사장은 버추얼텍의 기술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무선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기죽지 않아요. 나는 늘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게 제 장점이죠.”

 일에서나 개인생활이나 톡톡 튄다. 정말 다채로운 색깔을 품어낸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버추얼텍을 있게 한 동인이 아니었을까.

 

◆김옥례 트윈선코리아 사장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주어진 여건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와 정열이 생깁니다. 또 객관적으로 저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 것 같아요. 모두가 가족들의 사랑과 협조 덕택이죠. 이런 안도감 때문인지, 앞으로 10년은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옥례 트윈선코리아 사장(46). 20∼30대 젊은 CEO가 대부분인 정보통신(IT) 업계에서 40대 여성 CEO가 웬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40대이기에 배어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지난 97년 트윈선코리아를 설립한 김 사장은 이미 일본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 사업가다. 트윈선Inc(미국), 트윈선재팬과 함께 ‘트윈선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트윈선코리아는 미국과 일본의 기술과 마케팅력을 기반으로 한국시장에서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 사장은 “트윈선은 한국·미국·일본에 각각 법인을 갖고 있는 글로벌 회사”라고 소개하고 “특히 트윈선코리아는 인터넷/멀티미디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IT컨설팅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3국을 잇는 e브리지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일에 대한 추진력이 남성 못지 않게 뛰어날 뿐 아니라, 상당한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할 정도. 트윈선재팬 대표인 남편 마츠오 아키라씨가 그녀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가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의 외조가 한 몫했기 때문. 아키라씨는 김 사장이 사업 이외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단다.

 “누구에게도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상대가 남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남편보다 능력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일에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사업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가장 소중한 파트너죠. 결혼 5년 만에 이혼한 제게 아키라씨는 새 인생을 열게 해 준 걸요.”

 지난달에는 모처럼 온 가족이 2박 3일간 비야코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김 사장은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에 젖을 수 있었단다.

 결혼 5년 만에 이혼했을 때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일본에서 양육권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권이 필수’라는 생각에 뭐든 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힘겨운 세월이었다. 당시의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가정에서, 사회에서의 성공이 더욱 값진 것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그간 다양한 인생역정을 걸어온 김 사장의 향후 계획이라면 인재양성. 글로벌 감각을 갖고 자기개발에 열심인 인재를 키워 한국 IT 발전에 공헌하고 싶단다.

 “저만이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공헌할 수 있고, 제 인생과정을 남길 수 있는 혼이 담긴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에 갈채를 보낸다.

 

 ◆EAI 솔루션 맞수:하혜승vs최마리아

사내 복잡한 애플리케이션과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최첨단 분야에 속한다. 전도유망한 분야임은 물론이다. 팁코소프트웨어(http://www.tibco.com)와 웹메소드(http://www.webmethos.com)는 이 분야 양대산맥. 각각 99년과 2001년에 국내 진출한 두 회사는 우연찮게도 30대 초반의 여성이 진두지휘를 맡고 있어 ‘우먼파워’를 실감케 한다.

 바로 이 주인공들은 최마리아 사장과 하혜승 사장. 68년생 잔나비띠인 이들은 최 사장이 호주, 하 사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팁코소프트웨어코리아 최마리아 사장은 호주 뉴캐슬대 컴퓨터공학과를 거쳐 호주 테크놀로지대학에서 테크놀로지 석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호주 웨스팩은행에서 금융관리시스템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97년부터 팁코소프트웨어 호주지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99년 한국지사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감각과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엔지니어 출신의 기술적인 해박함을 높게 샀다는 후문이다.

 웹메소드코리아 하혜승 사장도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앤더슨컨설팅(현 액센추어)과 아서앤더슨 컨설턴트, 뉴욕은행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국제적인 인물. 로터스 본사에서 근무하다 한국지사에 컨설팅 사업부가 만들어지면서 프로페셔널 서비스팀의 초기 멤버로 활동했으며, 아태지역 운영 총괄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작년 10월부터 한국지사 설립을 진두지휘하다 올 3월 한국지사장으로 정식 임명된 하 사장 역시 국제적인 감각과 추진력, 기술적인 노하우가 발탁 배경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성격도 비슷하다. 항상 도전을 즐기는 최 사장이나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성파인 하 사장이나 화끈하기는 매한가지다.

 평소 토요일이면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청바지를 입은 최 사장을 접할 수 있다. “여성스러운 여자를 보면 부럽다”고 할 정도로 선머슴이다. 골프에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다. 최 사장을 접하는 사람이면 “조그만 체구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깡다구가 있다.

 ‘처음에는 여성이라면 무조건 홀대하는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실력이 있으면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선입견을 깨뜨리는 데 노력했죠. 덕분에 지금은 여자 사장이라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최 사장의 경영철학은 ‘고객 우선주의’로 통한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고객이 원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원에 대해서는 ‘자율’을 존중한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개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종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최 사장. 2주에 한 번은 홍콩으로 날아가 남편을 만나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지만 팁코코리아 사장으로서, 훗날에는 정보기술(IT) 컨설턴트로서 아.태시장을 주무르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최 사장에게서 ‘남자’보다도 강한 힘을 느끼게 된다.

 웹메소드코리아 하혜승 사장도 소탈한 성격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활소신 때문인지 하 사장은 쉴 때는 철저히 쉰다. 하 사장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방바닥 긁으면서 영화보는 것”이라고 화답한다. 여기에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 금상첨화. 오랜 외국생활로 라면을 즐겨 먹게 된 탓이다.

 “경영철학이요? 고객과 협력사, 그리고 직원간에 조화로운 관계가 우선인 것 같아요.”

 “CEO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 사장은 지난 몇 개월 경영수업에서 터득한 지론을 소개했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하루는 좋은 아내로, 하루는 좋은 경영인으로서 매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올해 경영자질을 평가받는 첫 해인 하 사장은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통합 솔루션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고수하고 협력사 영업이나 기술, 교육에서도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국내에 진출한 쟁쟁한 외국기업의 반열에 웹메소드를 올려놓을 계획이다.

 이에 맞선 팁코 최 사장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영업 역량을 강화해 고객기반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최 사장은 “통신권과 정부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하고 인생을 즐긴다’는 최마리아 사장과 하혜승 사장에게서 국내 EAI업계를 움직이는 강인함 느끼며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 본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