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뛰어넘자>IT전문기업 진출 전략

 ◆‘가자, 중국으로!’

 국내 벤처기업들이 세계 최대시장을 자랑하는 중국으로 속속 진입, 터전 닦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어느새 세계 정보기술(IT) 일류기업들의 격변장으로 변해 벤처열풍을 거치면서 내공을 쌓은 국내 IT벤처기업들에도 문턱은 높기만 하다.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도 해답은 있는 법. 구슬땀을 흘리며 중국시장을 두드리던 벤처기업에도 틈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통신장비 등 흡족하지는 않지만 일부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리터널’을 뚫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땀내나는 현장을 들여다본다.◆

 

 ◇SW

 중국이 아시아 최대 IT솔루션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시스템통합(SI)을 비롯한 수많은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삼성SDS에 이어 LGEDS·현대정보기술 등이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중견 SI업체인 TG인포넷도 중국 대학도서관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와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중국 영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소프트웨어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결코 녹록치 않다고 말한다. 

 TG인포넷 이태석 이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업체가 한국시장보다 훨씬 많이 들어온 곳이 중국”이라며 “국내 소프트웨어업체가 넘어야 할 장벽이 국내시장보다 높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그룹 계열인 삼성SDS조차 “이렇다할 사업성과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정도다. LGEDS의 경우 최근 중국 카르푸 정보시스템 수주를 계기로 올 하반기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정보기술도 선양 지역에 IT교육센터를 오픈하며 이제 막 중국 정보화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한글과컴퓨터가 아래아한글의 중국어 버전인 ‘문걸’을 4000카피 정도 판매하고 한소프트·리눅스원 등이 PC방사업이나 리눅스 기반의 서버사업에 주력하며 겨우 체면치레 정도만 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자도서관시장의 선두주자 TG인포넷의 경우 2년 가까운 준비작업끝에 베이징대학 등 주요 대학시장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안철수연구소도 중국 3대 포털 중 하나인 263온라인과 상하이 유통업체인 티엔지엔에 관련 소프트웨어 제품을 공급하기로 해 주목된다.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SW 불법복제율이 국제수준으로 낮아지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영업도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김승환 안철수연구소 중국지사장의 예측이다.

 TG인포넷 이태석 이사도 “중국은 다른 해외국가들에 비해 준비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만 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통신장비

 상하이 진차오 수출공단 진장로 351번지에 자리잡은 KMW차이나. 이 회사 강문규 기획관리실장은 전천후 요격기다. 영업에서부터 생산관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KMW차이나는 지난해 8월 국내 통신장비기업 KMW(대표 김덕용 http://www.kmw.co.kr)가 설립한 현지 생산법인. 중소기업 해외진출 여건상 강문규 실장의 지난 2년여는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 이동통신 중계기를 비롯한 각종 통신장비의 중국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KMW차이나의 현지생산체제를 본격 가동, 중국에서만 22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중소 통신장비업계가 ‘중국 러시’를 감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더이상 대규모 장비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데 반해 중국시장은 상대적으로 커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신규수주량 ‘0’에 근접한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원·맥슨텔레콤(대표 홍성범 http://www.sewon-tele.com)은 닝보버드 205만대, 둥팡통신 195만대, ZT차이나콤 30만대, 캐피털그룹(首信集團) 50만대 등의 유럽형이동전화(GSM)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에서만 2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팬택(대표 박병엽 http://www.pantech.co.kr)도 다시엔·TCL·소텍 등과 각각 50만대씩의 GSM단말기 수출을 본격화한다. 두 회사는 GSM단말기 외에도 CDMA단말기 현지생산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텔슨전자(대표 김동연 http://www.telson.co.kr)도 중국 콩카그룹을 거래선으로 확보, 오는 12월부터 6000만달러 상당의 CDMA단말기 수출을 시작한다.

 이밖에도 이동통신중계기 전문기업인 이스텔시스템즈, 위다스, 넥스트링크 등이 중국지사 및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시장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도 센젠 오디오 생산라인과 인력을 활용해 통신장비 중국 수출 전선에 가세할 태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정보보안

 정보보안업체들의 중국 입성이 숨가쁘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인포시큐리티차이나2001’에 시큐아이닷컴·안철수연구소·퓨쳐시스템·케이사인·시큐브·켁신시스템·하우리·지텍인터내셔널·리눅스시큐리티·제이앤파트너즈 등 10여개 국내 정보보안업체가 참가해 현지 바이어들의 열띤 호응과 함께 잇따라 공급계약이 체결되면서 보안업계는 때아닌 ‘중국 진출 러시’로 들끓고 있다.

 국내 정보보안업체 중 가장 먼저 중국시장에 법인을 설립한 업체는 바라볼티모어테크놀로지스(대표 김영수). 이 업체는 지난 99년 10월 중국 국영기업인 익태그룹과 합작으로 보안업체인 요우샹을 베이징에 설립, 공개키기반구조(PKI) 시장개척에 나섰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는 지난 98년 삼성SDS의 연락사무소를 통해 중국 진출을 타진해오다 지난해 해외사업부를 설립한 이후 지난 11월 베이징에 사무소를 세우면서 본격적인 중국 앤티백신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인젠(대표 임병동)이 베이징과 다롄시에 각각 법인을 설립했으며 시큐아이닷컴(대표 오경수)은 e삼성의 마케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현지법인 삼성신식안전기술공사를 세웠다. 이 외에도 지난달 시큐어소프트(대표 김홍선)가 중국 정보보안업체 이왕안테크와 합작으로 현지법인인 시큐넷테크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 법인이나 사무소 형태로 거점을 마련한 국내 정보보안업체가 5∼6개에 달한다.

 국내 정보보안업체들의 진출 열풍은 중국 보안부 인증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중국 보안부 컴퓨터 보안 감찰국의 인증은 보안제품 영업 허가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국시장에서 보안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안철수연구소가 지난 98년 삼성SDS를 통해 백신제품에 대한 공안부 인증을 받은 것이 국내 보안업체로는 시초다. 이어 지난 7월 서버용 앤티바이러스 솔루션 ‘V3프로 디럭스’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고 최근 개인방화벽 솔루션 ‘마이 파이어월’도 인증을 받았다.

 지난 8월 인젠은 침입탐지시스템(IDS) ‘네오와쳐’와 통합보안관리솔루션(ESM) 시리즈 ‘네오와쳐@ESM’ 및 ‘네오가드@ESM’에 대해 인증을 획득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시큐아이닷컴이 방화벽 ‘시큐아이월’과 취약점 분석솔루션 ‘시큐아이스캔’ 등에 대해 인증서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퓨쳐시스템(대표 김광태)이 최근 통합보안 솔루션에 대한 공안부 인증을 받았다. 이밖에 펜타시큐리티시스템(대표 이석우)은 IDS인 ‘사이렌’, 시큐어소프트는 방화벽 제품인 ‘수호신’에 대한 인증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달중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중국 현지 제품계약도 봇물이 터졌다. 시큐아이닷컴은 지난 4월 화승그룹 산하 화승신연과 연간 65만달러 규모의 총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청도시정부·주해은행·석가장육군학원·베이텍사 북격전신국 등에 망분리장비 ‘듀얼넷’을 공급했으며 삼성그룹 중국법인에 25만달러 규모의 보안제품을 납품했다. 시큐아이닷컴은 이달들어 신다·데이터트러스트·웨이퍼시스템스·TiT·창청 등 중국내 5개 보안제품 판매업체 및 SI업체와 연간 250만달러 규모의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퓨쳐시스템은 이달 초 중국 IT업체 칭화즈광그룹과 연간 150만달러 규모의 통합보안 솔루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텍인터내셔널(대표 백기동)은 중국 블루스타네트워크시큐리티테크놀로지와 50만달러 규모의 PC보안용 ‘빗장’에 대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공급계약을 맺었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앤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 제공(ASP) 서비스인 ‘마이V3’를 포털업체인 263온라인에 유료로 제공하고 상하이 유통업체 티엔지엔에 백신 패키지 3200카피를 공급한 데 이어 서비스 유료전환 계약도 체결했다. 이밖에 인젠은 8개 총판과 256개 소매상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유통전문업체 청화자광과 협력관계를 맺은 데 이어 120만달러 규모의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은 지난 7월 중국 전자그룹인 팬더전자 계열 인터넷업체 팬더넷컴과 제휴를 통해 유통망을 확보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