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권한을 가진 조직, 현지 완결형 사업체계.’
LG전자의 대 중국 진출 전략은 이렇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LG전자는 95년 중국 진출 초기부터 21세기 최대 시장이자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회사의 중국 접근 전략이 매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타사가 중국을 일본, 미국, 유럽 등과 동일한 시장으로 치부할 때 LG전자는 고개를 저었다. 중국시장은 국내시장 이상의 중요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국을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나선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건건이 한국 본사에 확인하고 보고하는 체계로는 중국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판단은 주효했고 LG전자는 한 품목에서가 아닌 전반적인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인지도와 판매 양면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중국 내 총 13개의 현지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양, 청두, 우한 등 6개 지역에 분사와 서비스센터를 두고 그 산하에 20개의 영업소와 500개 특약 서비스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각 생산법인은 제품설계를 담당하는 설계실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 특히 톈진 법인에는 연구소를 설립해 지역내 대학 연구기관과 공동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품설계에서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체제’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중국에 자사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 놓기 위해 현지형 마케팅 활동과 스포츠·문화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해 지난 96년 LG브랜드를 내세운 이후 4년만인 2000년에는 브랜드 인지도 6위(갤럽조사결과)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주요 제품별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해 CD롬과 평면 모니터는 시장 점유율 1위, 전자레인지는 2위, 세탁기는 3위(전자동 기준), 에어컨은 6위를 마크하는 등 일본 및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
◆인터뷰:노용학 현지법인장
-중국시장에 대해 간단히 평가한다면.
▲나는 중국시장의 특성을 종종 ‘올림픽 게임’ ‘월드컵’에 비유하곤 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는 모두 경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대표선수를 잘 뽑고, 또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다.
-중국 진출은 현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들 한다. 현지화 노력을 소개한다면.
▲중국사업의 현지화는 크게 비즈니스시스템의 현지화와 인재의 현지화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비즈니스의 현지화는 중국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중국시장에 적합한 제품이나 디자인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하다. 또 인재의 현지화는 중국의 국정(國情)과 관련이 있는데 외국인이 아무리 중국어에 능통하다고 해도, 중국인의 생활습관, 상거래 형태, 더 나아가 관계 등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중국인을 과감하게 등용하고 이 사람들이 사업의 주체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닦아 주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관계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효과적인 협력관계는 어떤 모델이라고 생각하는지.
▲21세기는 중국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고 향후에도 경쟁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자의 단계로만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겨 글로벌소싱기지로 활용하고 중국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97년 한국의 IMF를 계기로 중국내 한국기업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되었다고 하는데 상황은 어떤지.
▲97년 IMF는 중국과 한국의 국가 경쟁력 비교에서 분기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의 벤치마팅 대상 국가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 한국기업을 우러러보는(?) 입장에서 대등한 입장으로 바뀐 것이 사실이다.
-중국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과 노하우가 있다면.
▲얼마전 선양 TV공장에서 PDP TV 생산을 시작했는데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고객 한 분이 PDP TV 2대 값을 선금으로 입금(인민폐 16만원, 한화 2500만원)하시면서 생산되면 제일 먼저 공급해 달라고 하시는 것을 보고 중국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됐다. 중국시장은 1인당 GNP 1000달러 수준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을 세분화하고 타깃고객을 명확히 나눠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