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뛴다>산업별 현황:가전-`메이드 인 차이나`가 지구촌 휩쓴다

 최근 중국의 백화점을 들어간 본 사람이라면 결코 중국가전산업을 얕보지 못한다.

 중국 가전은 가격이 우리나라 제품의 절반 수준에다 질은 형편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히려 중국 가전매장내에서는 중국가전의 위세에 눌려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이는 한국가전의 모습을 보고 씁쓸한 생각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90년대 중국 가전산업은 급성장해 지난해 생산면에서는 세계 1위, 소비면에서는 세계 2위를 점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규모면에서는 99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소비시장으로 등장했으며 가전제품의 생산면에서는 2000년 역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주요 가전제품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매출수량을 기준으로 컬러TV 3754만대(실적치), 세탁기 1269만대, 냉장고 1152만대, 에어컨 970만대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중국 전자산업에서 가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로 한국이 7.3%, 일본이 8.3%임과 비교할 때 매우 높다. 반면 가전 및 전자 산업의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부품산업이나 고부가가치 분야인 컴퓨터·통신·사무용 기기 등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이는 중국 전자산업의 발전이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 직결되는 일종의 소비재산업인 가전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왜 중국 가전산업이 단기간에 세계적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일부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가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대형가전업체들의 등장이다.

 가전산업의 빠른 성장과정에서 많은 업체가 탄생했으며 이들 중 상당한 규모와 시장지배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에는 각 지방이 경쟁적으로 가전업체를 육성하면서 한때 수백개의 중소형업체가 난립했으나 90년대 후반들어 각 품목별로 상위 10개 정도의 기업이 시장의 50∼70%를 지배하는 등 가전업체의 양극분화가 발생하고 있다.

 하이얼(海爾)·리옌샹(聯想)·창훙 등 가전 및 PC 업체는 아시아 1000대 기업 순위에 포함된 25개 중국 기업 중 각각 13·16·20위 기업에 포함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과거의 국유기업에서 출발한 것들이 대부분이나, 유명기업들의 경우 이미 현재의 경영진이 상당한 경영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2000년 현재 모두 48개 가전업체가 상하이와 선전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이들 대형가전업체는 다양한 가전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종합가전업체라기보다는 특정품목의 비중이 높은 전문가전업체라는 것이 특징이다. 2, 3개 업체가 주요 가전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컬러TV의 창훙(長虹)·캉지아(康佳)·TCL, 냉장고의 하이얼·롱셩(容聲)·신페이(新飛), 세탁기의 시아오티엔어(小天鵝)·시아오야(小鴨), 에어컨의 메이더(美的)·춘란(春蘭) 등 품목별로 전문업체가 형성돼 있다.

 해당품목에서 이미 확고한 우위를 장악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을 비축한 대형업체들이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이얼·TCL·커리(科力)·춘란·시아오티엔어 등 대형업체들은 독자적인 연구·설계·제품개발·영업능력을 이용해 고유 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99년 기준으로 10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린 회사가 85개사에 달하며 이들이 전체수출의 67.8%를 담당하고 있고 1억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올린 기업도 5개사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는 하이얼로, 중국내 백색가전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해외진출을 본격화함에 따라 2000년 수출액이 2억8000만달러로 99년에 비해 10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재 하이얼은 전세계에 56개의 판매센터와 10개소의 해외공장, 3만8000개에 이르는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가전업체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수출에 나서고 있고 수출품목도 고도화되고 있어, 수출시장에서 중국업체와의 격돌은 불가피해지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에서 한국기업과의 경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향후 중저가 대형가전 시장에서 중국의 가격우위가 예상되므로 수출품목의 고급화, 제품 차별화, 현지생산 등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중국 가전업체들의 관심이 아직은 주로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시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대형가전제품이 본격 한국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대한 사전대비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中 가전업체의 변화-고부가 첨단 제품 위주로 전략 수정

 “21인치 이하의 소형TV는 줄이고 29인치 이상의 대형평면TV로 주력 생산라인을 옮겨라!” “부가가치가 적은 일반가전보다는 이동통신단말기에 주력해라!”

 중국 가전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업체간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2001년 상반기(1∼6월) 중국 TCL·광둥커룽(廣東科龍) 등 종합가전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경쟁 격화때문이다. 컬러TV 생산능력이 판매량의 1.7배에 이르고 에어컨의 경우 판매량의 3배가 넘는 시설이 중국 전역에 깔려 있다. 여기에 세탁기와 냉장고의 경우에도 각각 1.75배와 1.47배의 초과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따라 광둥커룽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으며 TCL은 세탁기 등 백색가전과 PC 관련 제품의 부진으로 전체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1% 줄었다.

 이에따라 가전업계는 신규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시골지역을 집중 공략하는가 하면 가격담합이나 부품업체로의 부담을 전가시키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부품가격을 낮추면서 가격경쟁의 압력을 부품업체에 전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90년대초 1200위안에 달하던 2500W급 에어컨용 컴프레서의 가격이 최근에는 500위안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의 대표적인 TV생산업체인 캉쟈의 치우웨이민 부총경리는 “앞으로 TV도 고가제품 위주로 생산전략을 급선회하는 한편 투자회사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기술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가전시장 일지

*1990년:가전시장 회복 시작-지난 89년부터 가전시장이 불경기로 들어섬에 따라 중국 정부는 브라운관·컴프레서 등 주요 가전부품의 수입을 억제하는 한편,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컬러TV에 대한 소비세를 인하.

 *1991년:대형업체의 유명 브랜드 형성-모든 품목의 소비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속에서, 특히 세탁기시장에서 웨이리(威力)·쉐이시엔(水仙)·시아오티엔어 등의 유명 브랜드가 탄생해 급성장.

 *1992년:가전제품 품질 개선-최초로 10여개 업체가 독일의 쾰른 국제가전전람회에 참가, 지난 4월에는 청다오 냉장고공장(하이얼)이 가전산업 최초로 ISO9001 인증을 획득하는 한편, 톈진에어컨공사는 터키에 순수 독자기술로 에어컨공장을 건설.

 *1993년:대형업체 약진으로 브랜드시장 본격화-지난 88년 이후 가전시장이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음. 특히 냉장고·세탁기에서 유명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져 총생산량의 75% 이상이 20만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춘 10여개 유명 브랜드기업에 집중됐음.

 *1994년:외국기업 진출 시작-호황이 계속되는 속에서 품목별로 평균 20% 이상의 생산증가가 이뤄짐. 한편 외국 유명기업들이 중국 합작파트너를 물색해 생산기지를 건립하기 시작하면서 11월 시아오티엔어와 독일의 지멘스가, 12월 베이징 쉐화(雪花)와 미국 월풀이 각각 합작기업 설립에 합의하는 등 연내 20여개 외국 가전기업이 중국에 진출.

 *1995년:외국기업과의 경쟁 본격화-일본 11개사를 필두로 한국·미국·독일·스웨덴·이탈리아 등 각국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건설해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컴프레서 등의 분야에서 39개사와 58개 합작기업이 중국시장에서 격돌.

 *1996년:가격경쟁시대 도래-그동안 중국이 진출한 외국계 합작기업들이 본격 생산을 시작하면서 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경쟁압력이 치열해짐.

 <김경묵부장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