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25시>김종량 한양대총장

 나는 아침에 집무실에 들어서면 컴퓨터를 부팅하고 바로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출근하면서 자주 학교 정문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제는 학교 홈페이지에 더 신경이 쓰이고 있다. 하루 평균 2만5000회 이상이 접속되는 한양대 홈페이지는 우리 대학의 새로운 정문이요 얼굴이 아닐 수 없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웹메일’과 ‘총장실 핫라인’. 많지는 않지만 교수, 동문, 학생, 학부모 등 여러 계층으로부터 e메일이 날아온다. 가급적 내 스스로 답신을 쓰지만 직접 답하기 곤란한 것들은 해당 부서에 보내 답변을 요청하기도 한다.

 핫라인은 우리 학교 교수들이 총장에게 학교 운영에 관한 건의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도록 설치한 곳이다. 아직 이용이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학교 운영에 보탬이 되는 건의가 적지 않게 들어온다. 핫라인에 대한 답변은 내가 직접한다.

 내가 학교 홈페이지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자유게시판’이다. 총장이라는 직책이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나는 늘 정보에 민감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 안 소식은 주로 처장들의 보고를 통해서 듣고 학교 밖 소식은 조석으로 신문을 훑어보거나 홍보실이 스크랩해주는 우리 학교 관련 뉴스를 통해 들었으나 이제 그 정도로는 왕성해진 나의 정보욕구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다.

 자유게시판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만큼 신속하고 솔직하게 학교 안의 소식이나 학생들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매체는 없다. 대학본부가 열심히 한 일에 대해 학생이나 동문이 비판의 직격탄을 퍼부을 때는 다소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그들의 뜨거운 애교심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학교밖 소식은 시간 나는 대로 연합통신의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뉴스를 통해 입수한다. 그곳에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참으로 편리하다. 몇 년 전만 같아도 비싼 구독료를 내고 텔렉스를 통해 읽을 수 있었던 뉴스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대학 관련 소식은 주로 한국대학신문 홈페이지와 교육부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얻는다. 특히 한국대학신문 홈페이지는 대학가에 돌아가는 소식을 상세하게 알려줄 뿐 아니라 대학교육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도 제공해 주고 있어 대학 경영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렇듯 인터넷을 내 일상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는 전자결재다. 지금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두보고를 받고 있지만 각 처에서 올라오는 서류는 모두 홈페이지의 그룹웨어에 들어가서 최종적으로 결재한다.

 인터넷 덕분에 해외 출장 중에도 결재를 할 수 있으니 총장이 어디에 있건 총장 부재로 인한 대학 경영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래학자들은 정보기술의 발달이 출퇴근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학총장으로서 나는 요즘 그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