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란 누군가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협회(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요. 우선은 회원사고 둘째로 고객사, 세번째로는 정부기관이나 유관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신임회장에 오른 정용섭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 사장(53)의 취임 일성이다. 정 회장은 오랜 경영에서 밴 경영철학을 협회 운영에 그대로 적용해 협회를 활성화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97년 한국정보보호산업협의회에서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로 거듭날 때부터 활동을 계속해온 지킴이답게 협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정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IBM 기술부장과 전산실장을 거쳐 IBM 전산고문 및 보안감사역을 역임한 국내 대표적인 보안 1세대로 통한다. 정보보안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86년 이미 보안에 눈을 뜨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정 회장은 지난 94년 정보보안 및 e비즈니스 솔루션업체인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정보보안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관련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 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장수요 창출이 힘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협회 회원사도 145개사에 달하다 보니 선발업체나 후발 신생업체들도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진단이다.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업체의 경우 아주 특별한 사항이 없는 경우 주목을 끌기 힘들고 선발업체의 경우 과열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심하다고 보고 이들 선후발 업체를 유기적으로 조정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사회 전반에 정보보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저변으로 확산시킴으로써 수요창출에 앞장서고 나아가서는 협회 차원의 해외시장 개척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요창출을 위해서는 국내 시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대기업이나 정부 및 유관기관의 보안예산 규모와 집행분야 등을 조사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중에는 정보보안산업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정보보안산업을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는 등 정보보안인력 양성 및 회원사들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강력한 조직력으로 협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보고 협회 임원사를 최대 30개사로 늘리고 임원사를 운영·기술·정책·홍보 등 4개 분과위원회로 나눠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협회 이사회 등도 협회장의 일방적인 주재보다는 분과위원회별로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마련해 능동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그는 협회 회원사로 영업을 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업체간 마찰 등을 알려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신문고제도 등을 마련해 회원사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보안시장이 성장일로에 있고 업체수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요즘 ‘정보보안 산업과 업계 발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는 골프게임의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골프게임은 다른 운동경기와는 달리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는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골프게임은 상대방을 돕고 좋은 경기를 펼치면 박수까지 쳐주며 격려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들과 적대적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 관계를 필요로 하는 것과 같이 보안업계 또한 업체간 상호협조를 통한 공동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게 정 회장의 지론이다. 때문에 고객의 요구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종업체들이 공동으로 대응, 보다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협력관계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정 회장은 “회원사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사간의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모든 회원사에 이익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조직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골프가 벙커나 위축된 자신과 싸우는 게임이듯이 정보보안 업계에서도 동반자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해킹·바이러스·크래커 등과 같은 정보화사회의 암적인 존재와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싸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약력>
△48년 경기도 용인 출생 △72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74년 한국IBM 입사 △79년 한국IBM 기술부장 △84년 한국IBM 전산실장 △88년 IBM 아태지역본부(홍콩) 전산고문 및 보안 감사 △91년 한국IBM 신사업개발부장 △94년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 설립 △99년 인터넷 보급을 위한 실버넷운동 추진위원 △2000년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임원 △현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 대표이사, 현 한국정보호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