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수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하)그래도 수출이다.

세계 어느곳을 가더라도 IT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인프라를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산업의 위상과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정보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동남아·중동·중남미 지역 국가들조차 대규모 정보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전자정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대로 입증된다.

 더욱이 SI관계자들은 “현재 중동지역이 전쟁으로 치닫고 있어 불확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SI분야 기술과 인력 수준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SI산업은 향후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SI수출 실무자들도 “베트남·필리핀·중동 등 국내업체들이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이 정보시스템에 대한 인식수준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매우 낙후된 것이 사실이지만 프로젝트 수준면에서만 본다면 전체적인 업무 관행이 국내 환경과 유사해 일본·미국 등 해외업체에 비해 국내 업계가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심지어 최근 성사된 일부 개발도상국가에서의 프로젝트 수주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인권 탄압적인 요소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미국의 선진업체들이 현지 발주자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보화 전략을 강요하는 경향도 우리 기업들로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말하자면 미국 및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이 시스템 유지 및 보수 비용를 과다하게 요구해 처음으로 전산화를 시도하는 국가들로서는 국내 SI업체들의 영업 방식이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컨설팅에서부터 전산시스템 기획과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하드웨어 설치 등 IT 각 분야의 연관기술이 응집된 SI분야의 해외 진출은 국내 IT산업 전반에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국내 제품이나 기술 가운데 SI산업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해외에 진출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수출 품목은 그리 많지 않다.

 SKC&C 이준희 상무는 “정부가 수백개 IT벤처기업에 직접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벤처 육성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SI수출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자체 솔루션 기술의 미비. 마구잡이식 사업추진,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 수익성 확보 문제 등 아직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서로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 솔루션 기술의 부족이나 해외 사업에서의 수익성 확보 문제도 그간 국내에서 쌓은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 노하우만 제대로 활용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금융분산시스템, 등기전산화, 국방정보화, 신공항 정보시스템 등 국내에서 수행한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고 SI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정부가 ‘SI해외진출협의회’를 구성하고 SI산업을 차기 수출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해 오는 2005년까지 50억달러 규모의 해외 SI프로젝트를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SI업계 스스로도 “향후 세계 유수 기업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핵심역량을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회사만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며 “SI업계 역시 중동전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