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벤처업계가 사상 초유의 미국 테러사태로 국내외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4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러사태로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경제적 공황상태가 국내 벤처업계에도 거대한 후폭풍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사 단계에 있던 벤처캐피털의 외자유치가 백지화되는가 하면 국내 벤처기업들로 풀을 구성, 해외에서 CBO를 발행, 외자를 유치하려던 계획들이 전면 재수정에 들어갔다. 또 해외 자본유치와 함께 국내 자본시장도 얼어붙어 펀딩을 계획중이던 벤처캐피털들이 줄줄이 일정 연기에 들어갔다.
미국 테러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정부가 출자해 설립한 다산벤처다.
다산벤처는 올 3월부터 미국 벤처캐피털들과 50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 투자조합을 결성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펀드 결성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다음달 자금이 들어와 펀드 결성이 마무리되어야 하지만 미국쪽의 벤처캐피털들이 이번 사태로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연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는 게 다산벤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다산벤처는 투자조합 결성을 전제로 세워두었던 향후 투자 및 사업계획 등을 전면 재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와 정부투자·보증 기관 등이 추진하고 있는 9억달러 규모의 외화 벤처프라이머리CBO 발행계획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기관은 사건 발생 직후 CBO발행 주간사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미국 사태로 CBO발행일정 재조정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 조율을 했다. 당초 외화 벤처프라이머리CBO는 기술신보(1, 3차)와 중기청(2차)이 3차에 걸쳐 각각 3억달러씩 9억달러 규모로 발행될 예정이었다. 일정대로라면 1차 발행을 맡은 기술신보가 이달말부터 신청 접수 및 해외 로드쇼에 들어가 오는 11월 1차분 3억달러를 발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2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해외 자본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됨에 따라 올해안에 발행되는 것도 힘들 전망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해외 자본들과 국내 벤처자금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무한기술투자의 경우 일본 3D닷컴사와 공동으로 추진해온 3D전문펀드 설립을 이번 미국 사태로 2∼3주 연기하려 했으나 주변의 여론을 의식, 설립계약식을 당초 계획대로 15일 추진키로 했다.
또 오는 24일부터 일반법인 및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IT전문투자조합’ 출자자를 모집키로 했던 KTB네트워크도 추진일정을 1개월 늦춰 시행키로 했다.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한 금융시장 환경의 불안과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던 출자설명회를 다음달 19일로, 24∼26일 받기로 했던 청약은 다음달 24∼26일로 각각 변경했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이런 어려움이 장기화되느냐, 단기로 끝나느냐는 순전히 미국의 대응방법에 달려 있다”며 “다음주까지는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