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시 어디로 가나

 

  

 코스닥시장이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4일 코스닥지수는 미국의 테러보복공격 임박설 등 갖가지 루머가 나돌며 전날보다 3.98포인트(7.34%) 하락한 50.21로 마감, 지난 97년 1월 지수 100으로 출범한 이래 사상 최저치까지 밀렸다. 지난해 12월 26일 52.58로 최저점을 찍은 지 만 8개월 보름만에 다시 한번 최저점으로 내몰린 것이다.

 장중에는 투자들의 투매로 인해 50선이 무너지기도 해 코스닥시장의 체력부진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장막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50선을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하한가 330개를 포함한 하락종목만 620개로 마감, 패닉상태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테러 악재에도 불구, 영국 등 외국증시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증시가 민감한 정도를 넘어 패닉으로 치닫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코스닥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폭락은 오전장에 갑자기 부풀려진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이날 외신을 통해 전해진 “미국이 뉴욕과 워싱턴 테러 참사를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선포하고 이를 응징하기 위한 본격적인 개전태세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증시에서 ‘미국이 이번 주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것’으로 확대해석되면서 투자자들의 투매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정보기술(IT)업체들이 이번 미국 테러사태로 부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루머도 투매를 부추겼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IT업체들이 이번 사태에 따른 미국 경기침체 가속화로 수출에 치명타를 입어 도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자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을 우려, 매도공세에 나선 것이다.

 또 다음주부터 미국 증시가 개장할 것이라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로 개장을 미룬 미국의 증시가 열리면 휴장으로 반영되지 못한 악재가 한꺼번에 작용, 미국의 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졌다. 다음주초 증시하락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현금보유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이려는 투자자들이 매도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앞서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향후 장세는 다음주초 미국의 증시동향과 보복공격의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지나친 투매는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폭락으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태동 세종증권 연구원은 “비교적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번 사태수습 과정에서 팔자우위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분간은 사태추이에 따라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특히 코스닥시장은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IT업체들이 많아 낙폭과대에 따른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투자하지 말고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