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기고:여성 CEO이기에 더 어려운 이유

◆김희정 사비즈 사장·여성벤처협회 이사

여성 비즈니스의 역사는 언제부터인가.

 지난 2000년의 역사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성 비즈니스의 역사였다. 육체적인 힘의 중요성이 점점 약화되고 정보가 힘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부상하기 시작한 여성 비즈니스는 기존 남성 위주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같지만 다른 룰을 적용하며 생존해야 했다.

 비즈니스면 비즈니스지 여성 비즈니스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사람들은 이런 남성 비즈니스 역사가 만들어낸 많은 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다.

 직장에선 남성과 같은 강도로 일해야 하고 퇴근 후엔 우리 어머니처럼 가사일에 충실해야 하며 주말엔 며느리, 아내로서 동분서주해야 하지만 남성은 결혼·가정·육아 이 모든 것보다 일과 자기발전에 자유롭다. 심지어 남자 부하직원에게 조차 여성이기 때문에 감정적이란 오해를 받기도 한다.

 여성이 가진 섬세함, 정직성, 성실성이 여성 CEO를 까다로운 상사나 타협할 줄 모르는 거래처로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 전반의 인식도 여성 CEO가 성공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다.

 올해초 인터넷벤처 관련 잡지 중 하나가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21세기 벤처는 파트너십 경영을 요구한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였는데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며 기업이란 수명주기에 따라 리더십 경영이 필요한 시기가 있고 파트너십 경영이 필요한 시기, 관리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 책에서 구분하는 대로라면 남성 CEO는 리더십 경영유형이, 여성 CEO는 파트너십 경영유형이 많다고 생각한다.

 남성 CEO들이 주로 사용하는 ‘가라’라든가 ‘나’라는 지칭, 권위와 권력을 내세워 복종을 요구하는 보스적 기질이 사람들을 몰고 갈 수 있는 힘이라면, 여성 CEO는 ‘가자’라든가 ‘우리’라는 지칭을 사용하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지지자를 만들 줄 아는 파트너십 경영을 한다.

 이러한 점들이 여성 CEO를 다소 가볍다든가, 권위가 없다든가, 우유부단하다고 평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기질적으로 남성과 다른 접근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 심리환경일 뿐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CEO가 될 수는 없다.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애정에 길들여져 있어서 남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버림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심에 젖어있다. 직원들이나 거래처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성은 이런 면에서 여성보다 당당하다.

 이점이 바로 여성 CEO가 성공하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다.

 어릴 적부터 읽은 책의 착한 여주인공은 언제나 사랑받았으며 선택당해서 평생 잘 살았고, 자기 몫을 챙기고 자기 감정을 말할 줄 아는 여자아이는 결국 남자에게 버림받거나 불행해지는 시나리오에 익숙해져 여성 스스로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도록 학습되어져 왔다.

 20년대로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처럼 보다 여성적 영역에 관여하는 남성은 ‘덜 남성적인’ 사람으로 여겨진 반면, 남다른 정치적, 과학적, 비즈니스적, 또는 지적 흥미를 가진 여성은 ‘드센 여자’로 표현됐다.

 남자아이들은 좀더 강하게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그리도록 충고받은 반면, 여자아이들은 다른 멋진 짝(남성)을 찾아 자신의 삶을 종속하도록 부추김을 받았다.

 여성은 자주적 경제성을 갖는 것보다 결혼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여성을 비즈니스와 멀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여성에게도 돈이 필요하며 남성보다 더 힘이 세거나 똑똑할 수 있으며 비난받아 외로울 수도 있다는 것…. 신의 아들이라는 예수도 50%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음을 기억하고 인기도 질타도 CEO라는 자리가 받는 것이지 개인에게 포커스된 것은 아니라는 직업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성 비즈니스 역사가 오래도록 쓰여 여성 CEO간의 노하우가 공유, 전수 되면 자연히 여성 네트워킹 능력이 증대돼 시너지를 이룰 것이며 결국 여성 CEO의 성공 가능성은 배가 될 것이다.

 <김희정 사비즈 대표이사(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amazon@s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