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 및 등록된 정보기술(IT) 종목이 사상 초유의 미국 테러사건 발생 후 3일 만에 무려 13조여원을 허공에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주식랭킹 관련사이트인 미디어에퀴터블에 따르면 국내증시에 상장·등록된 494개 IT업체의 지난 11일과 14일 주식 종가를 비교한 결과 시가총액이 13조1986억6997만6085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 등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종목의 시가총액 감소액이 많았으며 SK텔레콤 등 내수위주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주가하락폭이 적어 시가총액도 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테러사태 발생전 시가총액이 28조2984억145만원(종가 18만700원)이었으나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14일엔 25조6501억5532만5000원(16만9500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사태로 사흘 만에 2조6482억4612만5000원을 까먹어 가장 큰 손실을 봤다.
대미의존도가 높은 한국전기초자의 775억원을 비롯해 대덕전자(616억원), 삼보컴퓨터(411억원), 팬택(204억원) 등도 큰 손해를 입었다.
반면 전적으로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1조원 가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가손실액은 10분의 1수준인 2674억원에 불과했다. 또 이번 사태로 건물과 공항의 보안장비수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업체인 3R는 주가상승으로 오히려 시가총액이 34억원 정도 늘어났다. 한글과컴퓨터(90억원), 비젼텔레콤(29억원), 위즈정보기술(22억원) 등도 이 기간동안 주가가 상승, 시가총액이 확대됐다.
한편 IT주 중 시가총액 3위와 4위 업체인 한국통신과 한통프리텔은 각각 1조9200억원, 1조200억원씩 시가총액이 감소해 주식매도세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혁 미디어에퀴터블 사장은 “이번 미국의 테러사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IT주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며 “불황으로 주가하락의 골이 깊어진 IT주들의 회복이 이번 사태로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