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지방업체-"우물서 나와 세계로 점프"

 여성 CEO들이 뛰고 있다.

 사업을 하는 데 서울과 지방을 가릴 수 없듯이 여성 CEO들은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여성 CEO들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여성 CEO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마저 구축돼 있지 않아 정보교류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한 서울에 업체와 기관이 밀집돼 있어, 사업차 잦은 서울출장은 지역여성 CEO들에게 애로사항이 아닐 수 없다. 주말 출장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할 때가 많은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어 미안하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CEO들에게는 이중 삼중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여성 CEO가 활동하기 어려운 사회적인 풍토를 반영하듯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과기원신문 200호 발간기념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눈길을 끈다.

 학사 및 석박사 과정을 이수중인 남학생 590명, 여학생 127명 등 총 717명의 학위수여 후 진로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여학생 응답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는 사회구조적으로 여성에 대한 폐쇄적인 인식과 함께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여성의 사회적인 위치와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뒤집으면 정부 정책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여성인력을 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출연연구소의 여성인력할당제 도입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자체 차원의 여성 CEO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정책은 아직까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택구 대전시기업지원과장은 “정부 차원의 여성 지원프로그램을 보면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이에 앞서 여성인력이 일할 수 있는 풍토 조성을 위해 벤처관련 기관의 임원급에서부터 여성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시에서는 최근 중소기업 자금융자심의위원회에 대덕중앙급식의 홍순희 사장과 기업은행 권징 대전지점장을 위원으로 위촉, 총 10명 가운데 당연직 4명을 제외하면 33%를 여성에게 자리를 마련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를 해나가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여성 CEO만을 지원하기 위한 ‘여성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만들어져 있으나 조직활동과 지원혜택 등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CEO가 서울지역에 비해 수적으로 보잘 것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여성 CEO들이 권익을 스스로 찾고 보호해 나가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구성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네트워크 부족은 그동안 여성기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으며 지역내 네트워크에 이어 차후 지역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전국을 연결한다면 정부정책이나 사회적인 현안 등에 집중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구에서 롤플레잉 3D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라온엔터테인먼트 김윤정 사장(27)은 “여성벤처펀드가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금이 지역까지 유입될지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며 걱정한다. 김 사장은 또 “지역 여성 CEO들이 동등하고 공정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해 26일 여성벤처협회 대구지부가 결성된다”고 말했다.

 지역 벤처기업 여성 CEO들은 대부분 가부장적인 한국풍토에서 남녀차별이 적은 곳이 그래도 벤처기업 분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 비해 IT등 첨단기술과 관련된 분야일수록 점차 여성 CEO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의 벤처창업 열기는 사회의 보수적인 통념을 타파하는 폭넓은 사회개혁적 구도로 받아들여야 하며 향후 고급 인력의 부족분을 메워 경제적인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사회 전체적인 공감대 유도가 절실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중소기업청 벤처정책과 조중래 서기관은 “지역 여성 CEO의 네트워크 구축은 관련업체의 이익대변 차원에서라도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내년부터 여성 CEO 지원을 위해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았으며 점차 지원액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